[뉴투분석]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혁신전략으로 탄력받는 ‘뉴 LG’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3.29 05:00 ㅣ 수정 : 2022.03.29 06:41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리더십' 돋보여
휴대전화-태양광 패널-연료전지-수처리 등 부진사업 과감히 정리
구 회장, 로봇-AI 등 미래먹거리에 주력...첨단 분야 M&A 10여건
의료기기와 블록체인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도 잰걸음
구 회장, 대기업집장 총수 신뢰조사에서 24회 연속 1위 거머줘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장자승계’ 전통을 4대째 이어나가고 있을 만큼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LG그룹이 구광모 회장(44·사진)이 취임하면서 역대 여느 회장 때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역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국내 최초로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개척한 역사가 있는 LG그룹에 걸맞게 구 회장은 비전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자 사업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LG는 최근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StanbyME)’와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 등 신(新)가전을 선보이며 대박행진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에서 영토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4일 LG전자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의료기기, 블록체인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예고하며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그의 진두지휘 아래  성장해 나갈 ‘뉴 LG’에 관심이 모아진다.

 

■ '26년' 휴대전화부터 '12년' 태양광까지 ‘싹둑’

 

구 회장은 2018년 5월 선대 회장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해 같은 해 6월 29일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LG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그는 취임 당시부터 외부로부터 많은 시선을 받았다. 여느 총수들과 다르게 별도 취임식 없이 곧바로 회장 업무에 뛰어들었으며 임직원들에게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해 권위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를 내비쳤다.

 

구 회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 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겠다”며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초우량 기업’을 만들겠다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고 구본무 회장과는 다르게 다소 원론적 수준에 그쳤던 구광모 회장의 첫 포부를 두고 일각에서는 LG그룹 미래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2006년 입사해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아직 최고 경영자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더러 당시 LG그룹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서 위기를 겪고 있어 주변 환경도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 그는 역사가 긴 사업일지라도 수익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쳐냈다. 그가 매각하거나 철수한 사업만 지금까지 LG전자 연료전지 사업,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LG전자 수처리 사업 등 10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예는 휴대전화 사업과 태양광 패널(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이다. 

 

LG전자는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이에 따라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결국 누적 적자가 5조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1년 7월 31일을 끝으로 26년 간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을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태양광 패널 사업은 오는 6월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N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넓혀가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원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LG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대에 그쳤다. LG전자는 에너지 관련 사업만 남겨둔 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힘쓰기 위해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했다. 

 

발 빠른 사업 재편 등은 그간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유지해온 LG그룹에서는 전례 없는 행보라는 평가다. 

 

image
월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인 ‘LG 옴니팟’ 실물 [사진 = LG그룹 유튜브 캡처]

 

■ 비워낸 자리는 미래 먹거리 ‘신사업’으로 채워

 

구 회장은 수익성 부족으로 접은 사업의 빈자리는 전장사업을 중심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로 차근차근 채워나가고 있다. 그가 취임 이후 성사시킨 관련 인수합병(M&A)만 10여건에 달한다. 

 

특히 전장사업을 위해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첨단 자동차 조명 기업 ‘ZKW’를, LG화학은 미국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기업 유니실을 인수했다. 또한 LG전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했다. 이에 따라 LG는 완성차 생산도 가능한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

 

LG 클로이 서브봇과 LG 클로이 살균봇,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로봇 사업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LG그룹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위한 AI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올해 2월 AI 기반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 실물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가전에서도 계속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건조기와 스타일러 등으로 가전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신 가전에 두각을 보인 LG전자는 지난해 ‘스탠바이’와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로 다시 한번 그 능력을 과시했다.

 

스탠바이미는 기존 TV와 다르게 무빙스탠드(움직이는 기둥형태) 디자인으로 제품 하단에 휠(바퀴)이 설치돼 집안 어디든 옮겨가며 이용할 수 있는 이동식 스크린이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스탠바이미는 당초 예상보다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3월 출시해 누구나 집에서 반려식물을 쉽게 가꿀 수 있는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는 사전판매 출시 첫날부터 온라인 브랜드숍에 준비된 초도 물량이 모두 당일 매진되고 사전판매 6일 만에 완판되는 등 쾌거를 이뤘다. 

 

명실상부 전통가전에 이어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가전으로 가전업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LG전자 주총은 의료기기 제작과 판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 등이 포함된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해 LG의 또 다른 먹거리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탈모치료 의료기기 'LG 프라엘 메디헤어', 만성 통증 완화 의료기기 'LG 메디페인' 등을 선보여 헬스케어 분야 사업에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블록체인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한 사업이 유력하다. 최근 LG전자가 TV 제품군에 예술품을 관람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이 가능성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구 회장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 경영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 LG전자는 매출 7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쌓아둔 적자를 해결하고 2조306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LG이노텍 영업이익은 1조2642억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85.64% 증가했다.

 

출발 당시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했던 구광모 회장 체제. 하지만 구 회장은 매분기 실시되는 대기업 집단 총수 신뢰 조사에서 24회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누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총수로 평가된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젊은 경영인인지라 전통적인 경영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오래도록 지속해온 사업을 접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게 쉽지 않은데 결단력 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상린 교수는 "특히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테크놀로지(Technology, 기술) 기반 시장 트렌드를 과감하게 따라간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구 회장의 이 같은 경영전략이 LG 사업역량과 잘 결부돼 시너지를 내길 기대한다”며 “과감한 투자가 계속되면 좋은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