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1999년 첫 출시 후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30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논의가 23일 마지막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안건이 상정된 바 있으나 심사 순번이 후순위에 올라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법안소위를 넘기지 못할 경우 연내 본회의 처리는 무산된다.
현재 21대 국회에 계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5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김병욱·고용진·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 △의료기관 전자증빙자료 발급 의무화 등이 담긴 법안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의료기관에 요청해 전산으로 바로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3900만명으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워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앞서 소비자단체들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나 됐다. 또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보험금 청구 포기의 가장 큰 이유는 증빙서류를 종이로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로 조사됐다. 이는 소비자 권익증대를 최우선으로 해 입법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 필요성 대두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CEO Brief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화 필요성'에 따르면, 현재 의료시장에서 소비자는 실손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어도 진료비를 의료기관과 직접 정산한 후 보험회사에 추후 청구할 수 있는 상환제가 시행 중이다. 또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전자적 정보 교환이 되지 않아 소비자가 직접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상환제를 적용하고 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시행 중인 해외 사례를 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프랑스는 '의료기관'건강보험공단-보험회사 간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으로부터 보험회사에 전자진료차트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환자는 의료 이용 후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정산하고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한다. 추후 의료기관은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전자치료차트를 건강보험공단에 전송한다.
독일은 상환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입원 및 고가 처방약 등 환자의 부담이 큰 진료비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환자를 대신해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 2013년 법률 제정을 통해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신해 진료비를 정산하는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전자적 방식으로 청구 정보를 보험회사에 전달하도록 의무화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과 문혜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처럼 상환제를 적용하고 있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시행 중인 해외 사례와 같이 사회적 편익이 큰 제도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약 75%가 가입하고 있다"며 "연간 청구 건이 10억 건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국민의 편익이 최우선이라는 기본 원칙하에서 검토돼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