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건설·부동산 10대 뉴스] '얼죽신' 열풍 속 공급 불안·규제 혼돈…시장 불균형 심화
김성현 기자 입력 : 2024.12.24 15:38 ㅣ 수정 : 2024.12.24 16:45
연초부터 시장 불안감 증폭시킨 '4월 부동산 PF' 위기설 시장 불안정성과 공급 문제 해결 위한 '8.8 부동산 대책' 오락가락 대출 규제...결국 디딤돌 대출 일부 축소·제한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국내 건설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연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2분기까지 PF 위기설에서 허우적거린 시장은 고금리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급변하는 대출 규제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가해진 각종 규제는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는 정부의 공급 확대를 촉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린벨트 해제’라는 강수를 포함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으나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는 실패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성공이라는 낭보를 전해왔으나, 중소 건설사들은 연쇄 부도의 비보를 전해오는 등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난 2024년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의 10대 뉴스를 되짚어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 열풍
올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단연 '얼죽신'이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높은 분양가 책정에도 새 아파트가 완판되는 일이 잦아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년 이내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145만원 수준으로 5년을 초과한 구축 아파트(1635만원)에 비해 약 30% 높게 형성됐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에도 신축 아파트 분양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 내리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39주 연속 상승세를 탔던 서울 아파트 매매값 역시 0.02%에서 0.01%로 그 폭이 감소했다.
반면 분양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최근 '로또 단지'로 불린 서울 서초구 방배동 DL이앤씨의 '아크로 리츠카운티' 1순위 청약 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4279명이 몰리며 평균 4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21억7000만 원이다.
강북에 위치한 롯데건설의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역시 260가구 모집에 694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로 청약을 마쳤다.
■ 8.8 부동산 대책
정부는 지난 8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으로는 △신규 택지를 활용해 신혼부부, 청년 대상 주택 공급 확대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신도시 추가 공급 물량 2만가구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무제한 매입 등이다.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는 의견이 존재하는 한편 당장의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긴 호흡의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8.8대책이 발표된 지 3개월 가량이 지났음에도 입법 관련 과제 중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그린벨트 해제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에 맞춰 서울시는 지난 8월 9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여러 내용이 있었으나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그린벨트 해제'였다.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자제해온 서울시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가 당면한 주택 문제 해결 등 미래세대 주거환경 조성 지원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인구 감소와 청년 세대의 시급한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들로 인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공급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며 해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공급될 주택은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다. 서울시는 개발제한구역 내 관리되지 않아 훼손돼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한다.
지난달 5일 정부가 발표한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호)이며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역세권(0.9만 호)과 의왕 오전왕곡(1.4만 호), 의정부 용현(0.7만 호) 등 3개 지구에 3만 호가 공급된다.
■ 4월 부동산 PF 위기설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4월 부동산PF 위기설'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았다.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한국신용평가와 삼성증권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위기설이 대두됐다.
다행히 PF로 인한 문제가 실제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금융 대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부실 부동산PF를 막기 위해 지난달 14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자기자본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부동산개발회사(리츠)는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진다. 또 사업비 대비 현행 5% 수준인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은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 시장에 혼란 가져온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올 하반기, 은행 창구 직원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대출 정책으로 창구에서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7월부터 9월까지 21번에 달하는 여신심사 규정 강화에 나서며 대출을 옥죄었다. 9월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까지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가산금리 상승으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대출 한도 축소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결국 지난 2일부터 주택 구입자금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일부 축소·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 체코 원전 수주로 ‘잭팟’ 터뜨린 대우건설
월성3·4호기와 신월성1·2호기를 포함해 중소형 원전 건설에 잔뼈가 굵은 대우건설이 잭팟을 터뜨렸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각료회의를 열고 한수원과 대우건설이 포함된 팀코리아를 자국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8년 부터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와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전KPS주식회사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체코 원전 사업에 뛰어들었던 대우건설은 수주 직전까지 체코 내에서 원전 관련 포럼을 비롯해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와 현지 원전업계 관계자 등과 꾸준히 접촉을 이어왔다.
사업 규모만 24조 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팀 코리아는 내년 3월 최종계약을 앞두고 있다.
■ 건설사 수장 10곳 중 7명 교체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권 내 기업 중 대표가 교체된 곳은 7개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 경기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전망도 밝지 못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무통'을 CEO 자리에 앉히는 선택을 했다.
지난 6일 선임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를 시작으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까지 다수의 회사가 재무 전문가들로 자리를 매웠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이한우 대표와 '주택통'으로 불리는 박상신 대표에게 수장 자리를 맡겼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23일 건축사업본부장 출신 정희민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대우건설은 오너일가에서 대표직을 수행한다. 지난 12일 선임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공군 장성 출신으로 중흥그룹의 창업주인 정창선 회장의 사위이다.
■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정부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재건축에 돌입하는 선도지구를 공개했다. 선정된 단지는 2027년 착공에 돌입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곳은 총 13개 구역, 3만5897가구 규모다. 지역 별로는 분당이 1만948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일산(8912가구), 중동(5957가구), 평촌(5460가구), 산본(4620가구)이 뒤를 이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다양한 지원책을 받는다. 정부는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정비사업 초기사업비를 지원하며 정비사업에서 대표적인 지연 요소로 꼽히는 학교 문제의 사전 해결을 위해 국토부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간 업무협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 전세사기 특별법
지난해 전세사기로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여야는 법안 마련에 몰두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계속해서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는 지난 8월 극적으로 의견 일치에 성공한다. 지속적으로 선구제 후회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온 야당이 한 발 물러났다. 대신 LH가 10년 동안 지낼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원하는 경우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로 10년 더 거주 가능하게끔 했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당정의 의견이 더욱 많이 반영됐다.
3억 원이던 피해자 인정요건 보증금 한도는 5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피해지원위원회를 통해 2억 원을 추가 인정할 수 있게 되며 5억 원에서 7억 원 사이의 세입자들도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
야당이 원했던 '선구제'에 해당하는 지원도 일부 포함됐다. 야당은 HUG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해왔다. 이 방식의 경우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차후 비슷한 사고 발생 시 국가가 책임져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당정은 임대주택 임대료 지원이라는 사실상의 현금 지원책을 통해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올해 시작과 동시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으로 확대됐다. 50인 미만 업장에 2년 유예를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 혹은 부상·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법률 개정과 함께 추진한 이 법안은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하도록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