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약바이오 10대 뉴스] 전공의 이탈·PA간호사 합법화…국산 혁신신약 美시장 공략 준비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12.20 15:55 ㅣ 수정 : 2024.12.20 15:55
전공의 의료기관 이탈...‘의료개혁’ 진행 중 간호법 통과...PA간호사 합법화 이뤄져 CDMO 시장 과열...셀트리온의 사업 진출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소속 종합병원을 떠났다. 지난 6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아 모두 사직 처리됐다. 의료 인력이 사라진 종합병원은 수술을 줄이고 일부 병동을 폐쇄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종합병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사들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은 매출 회복을 위해 1차의료기관(동네의원)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상위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데 신약 포트폴리오가 큰 역할을 했다. 또 연매출 8000억원(지난해 기준) 규모인 보령과 HK이노엔의 경우도 신약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 의약품 모두 치료 효과가 좋아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제약사 최초 블록버스터 의약품(연매출 1조원)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CDMO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CDMO 3강 기업인 론자와 캐털란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 확대에 나섰다. 셀트리온그룹도 CDMO 사업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제약바이오 분야 10대 뉴스들이다.
■ 전공의 이탈과 종합병원...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에 따르면 2025년도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률이 8% 대로 매우 저조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력 체계의 붕괴로 나타난 현상이다.
전공의 예정자인 인턴도 종합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했기 때문에 의사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이 같은 수준이라면 2025년도에도 종합병원은 축소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결정하자 가장 반발한 것은 전공의들이다. 정부가 6월 복귀 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전공의들은 소속 종합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아 전부 사직처리 됐다. 정부는 지난 9월에 전공의들을 다시 모집했지만 응시율이 매우 떨어졌다.
특히 12‧3일 비상계엄 포고령이 전공의 수급 차질에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고령에는 “의료기관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해왔다. 비상계엄 때 포고령이 드러나면서 정부의 전공의 탄압은 사실로 밝혀졌다.
의사 인력이 제대로 수급되지 않자 종합병원의 수술이 줄고 환자 입원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매출 축소로 이어져 서울 및 수도권 종합병원들의 적자 폭이 커졌다. 일부 종합병원은 유보금까지 소진해 대출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인턴‧전공의의 부재라는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인력 시스템을 개편하는 종합병원들도 늘고 있다.
전공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종합병원 의료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문의 체제로의 의료시스템 개선과 기존 전공의들이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언제 종료될 지 모르는 ‘풍전등화’ 운명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무분별하게 운영되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의 주요 골자는 초진을 금지하며 의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초진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의료기관 이탈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다시 코로나19 펜데믹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만일 보건복지부가 다시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 기준으로 시행한다면 플랫폼 업계는 또다시 사업 중단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아직까지도 비대면진료는 법제화되지 않았다. 플랫폼 업계 내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새로운 의료서비스로 들어온 것을 받아드리고 순기능만 발현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간호법 통과...PA간호사 합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간호사 단체들의 숙원사업인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법은 지난해 6월 국회 통과됐지만 간호 독점과 특정 직군만을 위한 법이라는 이유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돼 폐기됐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기간을 이탈하자, 간호사 업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의료계 안팎에서 있어왔다 . 정치권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지난 8월 수정된 간호법으로 국회 통과시켰다. 폐기됐던 간호법에서 논란이 된 요소들을 삭제했으며, 의료 직군 단체들과 논의를 통해 일부 조항들을 반영하기도 했다.
간호법의 법제화의 가장 큰 성과는 PA간호사 합법화다. PA간호사는 전공의가 없는 필수 의료분야에서 일부 의사 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다. 해외에서는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라 병원에서 암암리에 PA간호사를 운영해 왔다. 간호법의 제정으로 PA간호사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 인력난에 빠진 종합병원 입장에서는 큰 아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 정국 불안·환율 상승...원료의약품 수입에 따른 원가율 상승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여파로 환율이 치솟고 있다. 2주가 지났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36원 뛰었다. 탄핵이 가결됐어도 1440원 선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위 제약사들은 자금력이 안정화돼 있으며, 원료의약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어 그나마 걱정이 덜한 편이다.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제약사들은 환율 폭등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 제약산업은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30%대 수준으로 낮다.
인도‧중국 등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환율 폭등에 따른 매출 원가 상승이 제약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재고 소진까지 환율이 안정된다고 해도 상승 폭의 여파가 남아 있어 원가율 상승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유한양행 vs SK바이오팜...누가 먼저 블록버스터 의약품 보유할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한 품목으로 연 매출 1조원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의약품들의 특징은 환자는 많은데 치료제가 없거나(퍼스트인클래스), 효능이 월등해 기존 치료제를 능가할 경우(베스트인클래스)다.
유한양행의 신약 ‘렉라자’(수출명 레이저티닙)가 지난 8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 사용을 승인받았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렉라자는 1차 치료제에 내성인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예후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록버스터의약품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도 치료 효과가 좋았다.
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매분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수년 안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뇌전증(간질)은 환자는 많은데 치료제가 마땅치 않다. 세노바메이트가 타 국가에서도 판매허가를 취득하고 있어 연매출 1조원 달성이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싸움 진행 중…내년 3월 정기 주총서 결판날까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확전되고 있다. 올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헌 부회장이 OCI홀딩스와 함께 통합법인 출범을 시도했다. 양사 간 주식을 맞교환해 서로의 우군이 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남긴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막내 동생인 임종훈 현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손을 잡고 모친인 송 회장과 여동생 임 부회장이 갖고 있던 경영권을 가져왔다. 한미약품그룹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OCI홀딩스와의 통합법인 출범을 반대하며 임종윤‧임종훈 형제 쪽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판세는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송 부회장과 임 부회장은 갖고 있던 주식 일부를 신 회장에 넘겨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했다. 또 송 부회장과 임 부회장은 사모펀드 ‘라데팡스’에 지분 일부를 넘겨 역시 상속세로 납부했다. 이들은 4자연대(송영숙 회장‧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라데팡스)를 구성했다.
한미약품그룹 최대 계열사인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을 선언하고 4자연대가 여기에 힘을 실어주자, 임종윤‧임종훈 이사가 반발했다. 즉각적으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전무로 강등시키고 고소‧고발을 단행했다.
11월과 12월 임종윤‧임종훈 이사와 4자연대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시도를 했다. 이 시도에 있어서 4자연대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앞으로 경영권 싸움은 오는 2025년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점화딜 가능성이 크다.
■ CDMO 시장, ‘과열 양상’ 글로벌기업 셀트리온까지 뛰어들어
글로벌 대표 CDMO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매출 3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때문에 CDMO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CDMO 사업을 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대기업 쪽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CDMO 업계에 가장 큰 이슈는 셀트리온그룹의 사업 시작이다. 셀트리온 그룹은 12월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하며 사업 시작했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바이오의약품을 취급하겠다고 선언했으며, CMO(위탁생산)‧CRO(위탁임상개발)‧CDO(위탁개발) 전 분야를 아우르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CDMO기업으로 성장해 론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생물보안법 여파로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2위인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퇴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수요가 케미컬 제제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CDMO기업들은 지금이 성장할 적기라고 판단해 생산 시절 증대와 함께 치열한 수주전을 전개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글로벌 CMO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셀트리온그룹이 본격적으로 CDMO사업을 선언했다. 어디까지 성장할지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 휴젤, 보툴리눔 톡신제제 ‘레티브’ FDA 승인 획득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424억원과 해외에서 1703억원의 매출을 각각 달성했다. 비율로 보면 국내 44.56% 해외 53.28%다.
휴젤이 해외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 59.10%까지 올라갔다. 국내 보툴리눔 제제 3사(휴젤‧대웅제약‧메디톡스) 중 유일하게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중국의 미용 의료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의 전략적 시장이 됐다. 문제는 품목허가 취득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대웅제약도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세계 최대 미용 의료 시장 미국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대웅제약이 먼저 FDA 품목허가를 취득해 시장을 공략해 놓은 상태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 ADC‧CGT에 집중하는 제약 바이오 업계...‘공급과잉’ 우려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항체약물접합체)와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위주로 신약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약물의 특징은 환자 맞춤형 의약품으로 다품종소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치료 효과가 워낙 뛰어나 처방 사례가 능가하고 있다. 아직 일부 질병에서만 국한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난치 및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업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공급 과잉 우려다. 개발하겠다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으며 글로벌 CDMO 기업들이 ADC‧CGT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위탁생산 CMO 기업들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12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 의협회장 탄핵...첫 여성 약사회장 등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았으며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막말을 서슴없이 해 왔다. 이로 인해 지난 11월 불신임(탄핵)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현재 의협은 43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5명이 의협회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12월 초 41대 대한약사회 회장 선거에서 권영희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전은 후보들 간에 고소 공방이 오갔고 이 가운데 성분명 처방 등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권 후보에 대해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줬다. 권 신임 회장은 대한약사회 최초 여성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