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 10대 뉴스] 유통가 덮친 티메프 사태·C커머스 공습…쿠팡 질주 속 생존전략 안간힘

남지유 기자 입력 : 2024.12.20 15:46 ㅣ 수정 : 2024.12.22 05:13

롯데·신세계, 비상경영체제 이어 인력 감축·세대 교체 나서
편의점 뜨고 백화점 지고…그로서리 전문점·복합몰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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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2024년 국내 유통업계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전례없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6·7위였던 티몬과 위메프가 유동성 부족으로 몰락하며 피해를 본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이 속출했다. 이 가운데 중국발 이커머스 공세와 ‘유통 공룡’ 쿠팡의 질주가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영 위기 속 일부 유통 대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고,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연말특수를 노리던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또 유통업계 지형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으로 재편되면서 유통업계는 저마다 본업의 강점을 살린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마트업계는 일제히 식료품 전문 점포를 선보였으며, 백화점업계는 복합쇼핑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편 불황에 강한 편의점업계는 압도적인 점포수와 트렌디한 상품을 내세워 유통업계 왕좌에 오를 전망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들은 무료배달 프로모션으로 인한 출혈경쟁을 이어갔다. CJ온스타일은 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등 홈쇼핑업계와 케이블TV 채널과의 갈등은 올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4년 유통채널 10대 뉴스들이다.

 


■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판매자·소비자 모두 피해 입어 

 

올해 유통업계를 강타한 이슈는 지난 7월 말부터 불거진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다. 티메프 입점업체들이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판매업체에 대해 발생한 미정산 금액은 1조85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티메프를 통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도 많았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9일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인한 여행·숙박·항공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티몬·위메프가 100%, 여행사 등 106개 업체가 최대 90%, PG사 14개사가 최대 30%를 연대해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조정 대상이 된 피해자는 총 8054명으로 환불받지 못한 금액은 135억 원에 달한다.

 

티메프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는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지난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공모해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인수대금 명목으로 티몬·위메프 상품권 정산대금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의 재판 절차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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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검은우산 집회’가 개최했다.

 


■ 쿠팡, 로켓배송 앞세워 질주…분기 매출 10조6900억 달성 ‘역대 최대’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질주는 올해도 이어졌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월 3203만명으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쿠팡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2% 증가해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2분기 10조 357억 원으로 분기 매출 10조 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또 한번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1481억원으로 2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 8월 와우 멤버십 회비 인상에도 충성 고객에 힘입어 이룬 결과라 주목된다. 할인 쿠폰과 무료 반품, 배송 서비스 등 혜택을 강화하면서 ‘락인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을 향한 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6월 검색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PB 부당 우대’ 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재는 와우 멤버십에 ‘쿠팡 플레이’와 ‘쿠팡이츠 무료 배달’ 서비스를 끼워팔았다는 의혹으로 조사 받는 중이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이츠도 최혜대우 요구 등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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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 알리·테무 등 C커머스 공세…유해성·품질 논란도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는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904만명)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순위에서 쿠팡(3203만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테무는 679만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C커머스는 저렴한 가격과 무료 배송·교환 정책으로 국내 고객들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또 티메프 사태 이후에는 입점·판매 수수료 혜택을 내세워 국내 셀러 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 3년간 11억 달러(1조5000억 원)를 투자해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계획이며 국내 인력 규모도 1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C커머스의 유해성·품질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총 1915건의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위해제품 판매 및 재판매 링크와 페이지를 차단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대두됐다. 알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20억 원의 과징금 등이 부과됐으며, 테무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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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테무]

 


■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갈등 격화…CJ온스타일 방송 송출 중단 사태까지

 

TV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은 연말으로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의 방송 매출은 총 2조 7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2.9%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4년 1조 374억원에서 지난해 1조 937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결국 올해는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도 일어났다. CJ온스타일은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3곳에 지난 5일 0시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각각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가 검증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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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갈등 고조…일부는 이중가격제 도입 추진

 

배달앱의 배달비 인상과 수수료 문제도 이어졌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구독서비스로 무료배달 등의 혜택을 내세워 출혈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입점업체는 이로 인해 수수료 부담이 늘어났다고 반발했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 11월 115일간 회의 끝에 2.0∼7.8%의 차등 중개수수료안으로 막판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 초부터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차등 중개수수료안으로도 배달 가격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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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유통업계에 ‘세대 교체’ 바람…3·4세 경영시대 본격화 

 

유통업계에 오너 3·4세대가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세대교체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미지 쇄신을 도모하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올해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 지난해 롯데지주 전무로 승진한 데 이은 또 한번의 초고속 승진이다.

 

GS그룹도 오너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로 내정했다. 허 부사장은 GS미래사업팀장을 수행하며 GS그룹의 신사업 투자 전략에 기반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특히 ‘휴젤’ 인수합병(M&A)을 완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허 신임대표는 매형·처남 관계인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과 편의점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홍 부회장은 지난해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현재 그룹 전반의 신성장 기반을 발굴하고 편의점CU의 해외진출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도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과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이라는 직함을 새로 달았다. 단순 신사업을 넘어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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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GS그룹 허서홍 대표,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

 


■ 유통업계 잇따른 구조조정…희망퇴직 칼바람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경기침체에 쿠팡 및 C커머스 등의 공세에 자구책이 필요해지면서다. 

 

롯데그룹 이커머스 롯데온은 지난 6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3일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의 편의점 사업부 세븐일레븐도 지난 10월 36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올해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6일에 2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부 SSG닷컴과 G마켓도 지난 7월과 9월 각각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 신세계·롯데·현대, 스타필드·타임빌라스·더현대 ‘복합쇼핑몰 경쟁’ 불붙어 

 

유통업계는 업황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복합쇼핑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쇼핑과 먹거리, 휴식, 문화 예술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오프라인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스타필드’로 가장 먼저 복합쇼핑몰 브랜드를 선보였다. 현재 스타필드는 하남점에 이어 고양, 코엑스몰, 안성, 수원점까지 늘어난 상태다. 향후 청라와 창원, 광주점 등 신규 스타필드 출점도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도 국내와 해외 쇼핑몰 사업에 약 7조 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원점을 1호점으로 선보인 새 쇼핑몰 브랜드 ‘타임빌라스’를 13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타임빌라스 쇼핑몰을 세우고 전북 군산점과 광주 수완점과 동부산점, 경남 김해점 등 기존 6개점도 쇼핑몰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복합쇼핑 공간으로 ‘더현대 서울’을 선보여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리뉴얼했으며, 오는 2028년 더 현대광주를 오픈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부산점에 지역 특화 도심형 복합쇼핑몰인 '커넥트 현대' 1호점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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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수원, 타임빌라스 수원, 더 현대 서울 [사진= 각사]

 


■ 대형마트, ‘그로서리’ 강화…이커머스 공세에 맞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슈퍼,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올해 일제히 식료품(그로서리) 전문점을 선보였다. 신선식품 만큼은 눈으로 보고 사는 경향이 많아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에 비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1월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을 ‘메가푸드마켓 라이브’로 새단장해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2년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마트업계에서 가장 먼저 식품 전문 매장인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을 진행한 바 있다.  

 

롯데슈퍼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프리미엄푸드마켓 도곡점’을 ‘그랑그로서리 도곡점’으로 재단장해 선보였다. 기존 롯데마트의 성공 모델이었던 그랑그로서리 콘셉트를 슈퍼에 이식했다.

 

이마트는 지난 13일 ‘그로서리 상시 저가’를 지향하는 식료품 특화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대구시 수성구)’을 열었다. 31년간 축적한 상품 매입 노하우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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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 편의점업계, 10월 오프라인 매출 비중 1위…백화점 제쳤다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편의점 업계가 선방한 실적으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10월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의 매출 비중은 전체에서 17.8%를 차지해 신세계·현대·롯데 등 백화점 매출 배중인 17.2%을 제쳤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편의점의 누적 매출도 25조8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백화점 매출 약 25조4000억원보다 많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며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편의점이 백화점과 면세점 등 다른 오프라인 채널보다 선방한 실적을 낸 것은 사실”이라며 “편의점 특성상 트렌드 상품에 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는 점이 수익성 개선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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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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