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정철동 대표 1년 진두지휘한 LG디스플레이, 내년에 '적자 암운' 걷어낼까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2.12 05:00 ㅣ 수정 : 2024.12.13 08:25

청철동 대표, 6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 낸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등판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둔화와 TV·IT 수요 감소에 패널 판매량도 급감
정 대표, LG이노텍에서 사상 첫 매출 10조·영업이익 1조원 신기록 세워
조 단위 유상증자 통해 OLED 생산·운영 안정화 등 사업 경쟁력 강화 나서
OLED 사업 키우고 LCD 철수...전체 매출 가운데 OLED 제품 58%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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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동 LG디스플레이 신임 CEO[사진 = LG디스플레이 제공/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영업적자 암운에 휩싸였지만 밝은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철동(63·사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이달 취임 1년을 맞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LG이노텍을 진두지휘하며 회사 전성기를 이끈 그는 2024년 정기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수혈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무려 6개분기 연속 영업적자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정철동 대표가 2023년 12월 1일 LG디스플레이 지휘봉을 잡은 지 어느덧 1년여 시간이 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에도  연간 적자 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적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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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8.5세대 OLED 패널 공장 전경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12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2023년도 분기별 영업 실적은 △1분기 영업손실 1조984억원 △2분기 영업손실 8815억원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4분기 영업이익 1317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영업손실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2년 연속 연간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가 2조5102억원으로 2022년(2조850억원)보다 오히려 4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2021∼2022년 지구촌을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고 찾아온 글로벌 경기 둔화와 TV·IT(정보기술) 수요 감소로 패널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은 LG디스플레이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경영실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철동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정 사장은 2019년부터 LG이노텍을 이끌었으며 그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4%, 53% 늘어났다. LG이노텍은 그 이듬해에도 매출이 전년대비 19.6%, 영업이익이 42.9% 각각 증가해 성장을 이어갔다. 

 

LG이노텍은 2021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6.6%, 85.6%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토대로 이 업체는 사상 첫 매출 10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LG이노텍은 전년비 매출 31.1%, 영업이익 0.6% 오르며 임기 내 단 한번의 전년대비 성장이 멈추지 않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LG이노텍의 실적 전성기를 만들어 낸 정 사장은 적자 수렁에 빠진 LG디스플레이를 구원해 줄 적임자였다. 

 

물론 LG이노텍의 성과만으로 정 사장이 발탁된 것은 아니다. 그는 LG이노텍 대표를 맡기 이전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담당 상무 △생산기술센터 센터장 전무 △최고생산책임자 부사장 등을 역임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 취임한 후 임직원에게 최우선 과제로 '실적 턴어라운드(개선)'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기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는 직전 대표 정호영 전(前)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난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 한달도 안 돼 조(兆) 단위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업황 부진에 맞서 회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실시한 유상증자는 계속되는 고(高)금리 기조 속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 부담을 고려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약 1조2924억 원으로 △시설자금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 등에 투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시설투자 4159억원 △OLED 고객 기반 확대와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 4829억원 △재무안정성 강화를 위한 채무상환자금 3936억원이다. 결국 생산·운영 안정화 등 OLED 모든 사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LCD 사업 축소도 속도를 냈다. 

 

저렴한 LCD 가격을 앞세운 중국 기업과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국내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LCD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지만 중국 광저우 공장은 유지해 왔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9월 광저우 LCD 패널 공장과 모듈 공장 지분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차이나스타(CSOT)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진 대형 LCD 사업은 완전히 접고 IT 제품과 차량용 하이엔드 LCD만 유지하게 됐다. 

 

매각 절차는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OLED 경쟁력 강화와 재무 안정성 회복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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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분기별 사업보고서 발췌. 2024년 4분기 수치는 컨센서스. [그래프 = 뉴스투데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OLED 중심으로 바꾼 경영전략은 이미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올해 분기별 영업 실적은 △1분기 영업손실 4694억원 △2분기 영업손실 937억원 △3분기 영업손실 806억원 △4분기 영업이익 2937억원(시장 컨센서스)다. 지난해 영업실적과 비교하면 모든 분기에서 적자폭이 대폭 개선되고 영업이익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 가운데 OLED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소형 OLED 시장점유율 확대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OLED에서 LG디스플레이가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소형 OLED 시장 내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은 매출 기준 16.6%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은 55%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2024년 4분기 소형 OLED 디스플레이 마켓트랙’ 보고서를 통해 3분기 소형 OLED 시장이 이전 분기 대비 7.8% 상승했다며 이는 LG디스플레이 영향이라는 분석을 냈다.

 

유비리서치는 "대다수 패널 업체들은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패널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 에버디스플레이(Everdisplay) 출하량이 급증해 전체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16' 시리즈를 기반으로 전분기 대비 64% 상승한 1760만대 아이폰용 패널을 출하했다. 스마트워치는 같은 기간 147% 상승한 1220만대 출하량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연간 흑자전환을 달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객사 시장점유율·WOLED(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 확대, 감가상각 종료 및 비용절감에 따른 이익률 상승, 광저우팹(공장) 매각대금으로 현금 여력이 늘어나 차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4년만에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5년은 고객사 스마트폰 저가 모델용 OLED 물량이 추가돼 모바일 OLED 가동률이 견조할 것"이라며 "모바일 OLED 감가상각 종료 효과와 광저우 OLED TV 일부 라인도 감가상각 종료 효과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 기대감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T(정보기술) OLED와 3분기 일회성 비용, 북미 고객사 신제품 공급량 확대, OLED TV 운영 효율화, 감가상각비 종료, 광저우 LCD TV 팹 매각 자금 활용이 주목된다"며 "OLED 중심 사업 고도화와 원가 혁신으로 2025년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급한 불은 끈 정 사장이 내년에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정 사장이 합류한 이후 기존 적자폭을 줄이고 구조조정 등으로 내부를 정리해 회사 경영 전반이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이제 더 나은 진보를 위해 숙제를 해결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 외에 회사가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로 점찍은 모바일, IT, 자동차 분야 OLED는 잘하고 있다"며 "그러나 OLED TV는 급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보다 더딘 상황에 따른 수익성 개선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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