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20 05:00 ㅣ 수정 : 2023.12.20 10:05
정철동 CEO 취임 한 달도 안돼 1조3600억 유상증자 카드 꺼내 LGD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20여년만에 첫 유증 선제적 재원 확보로 OLED 사업에서 경쟁력 향상·미래 성장 거머줘 차량용 OLED, 연평균 42% 이상 고속성장하는 디스플레이 '핵심 먹거리' 탠덤 OLED·하이엔드 LCD 등 기술 경쟁력 갖춰 세계 1위 업체 수성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LG디스플레이(대표 정철동·사진)가 조(兆) 단위 유상증자 결의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LG이노텍 총사령탑에서 물러나 지난 1일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둥지를 옮긴 정철동 대표가 취임 한 달도 채 안 돼 꺼낸 카드다.
또한 LG디스플레이가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승부수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업황 부진에 맞서 회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고(高)금리 기조 속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 재원 확보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는 채무상환자금에 활용돼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 재무현황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조 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주 수는 약 1억4200만주로 증자 비율은 39.74%다. 예정 발행가는 20% 할인율을 적용한 9550원이다. 최종발행가는 1, 2차 발행가액 산정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29일 확정된다.
이번 유상증자 재원은 LG디스플레이가 확보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IT(정보기술)·모바일·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대형·중형·소형 OLED 모든 사업분야에서 생산·운영 안정화를 위한 운영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차원도 담겨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의 30%는 중소형 OLED 시설 투자에 투입해 수주형 사업을 계속 늘려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장(長)수명·고(高)휘도' 등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난 탠덤(Tandem)기술을 갖춘 IT용 OLED 생산라인을 오는 2024년 양산·공급체제를 추진 중이다.
또한 2023년 하반기에 증설된 모바일용 OLED 생산라인 클린룸과 IT인프라 구축 등 설비투자를 진행해 모바일용 제품 출하를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패널 생산라인 확장 관련 인프라 구축과 노광장비, 검사기 등 신규 생산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는 2023년 115만대에서 2027년 676만대로 연평균 42% 이상 고속성장이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업계 '핵심 미래 먹거리'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시설투자를 통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고객사를 늘리고 탠덤 OLED와 하이엔드 LCD(액정표시장치)를 아우르는 제품·기술 경쟁력 우위를 갖춰 수주와 매출 성장을 통한 세계 1등 업체의 위상을 계속 지켜갈 방침이다.
이 밖에 제품 품질 향상과 공정 개선을 위한 일반 경상투자 목표로 기존 설비 개선과 신규모델 대응을 위한 설비 개조에도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대형·중형·소형 모든 사업영역에서 OLED 제품 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제품 출하 및 고객 기반 확대,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구매 등 운영자금으로 확보 재원의 40%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 가운데 OLED 사업 비중은 △2022년 40% △2023년 50% △2024년 60% 등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특히 2024년에는 대형 OLED 출하 물량과 고객 기반이 늘어나고 중형 IT용 OLED 제품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며 "소형도 올해 확장된 생산능력을 토대로 출하 물량이 더 늘어나 OLED 유기물, 드라이브 IC 등 원재료 구매량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OLED 시장은 시장 수요의 점진적 회복과 함께 TV와 스마트폰, IT, 차량 등에도 OLED 채용 비중이 늘어나는 등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세계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 406억달러(약 52조6500억원) 대비 8% 확대된 438억달러(약 56조8000억원)로 예측된다.
OLED TV 패널 시장은 △2023년 570만대에서 △2024년 689만대 △2027년 1049만대로 연 평균 성장률 16.5%를 유지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결집해 OLED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결정은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LG디스플레이는 다른 대안으로 극복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 올해 3월 LG디스플레이는 모회사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기로 했다. 이 차입금으로 금전 대여 금액과 이자에 상응하는 LG디스플레이 소유 토지와 건물이 담보로 설정됐다. 또 LG디스플레이는 매 분기 152억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2년 후부터 원금을 상환한다.
3월 당시 LG디스플레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출과 채권에 대한 이자 비용으로 연간 5000억원이 나가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조 단위 영업손실이 예상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양사 간 계약이 LG디스플레이에게 더 큰 차입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행히 LG디스플레이가 이번 유상증자 재원 일부를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해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 재원 중 채무상환자금으로 할당된 금액은 약 3900억원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모든 사업영역에서 OLED에 더욱 집중하고 고객 기반을 강화해 실적 개선의 흐름을 이어가고 사업 안정성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CFO는 “전사적 차원에서 원가 혁신,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선제적 자금확보로 사업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성과 확보에 주력해 시장 신뢰를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새롭게 취임한 정 대표가 추구하는 경영 방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번달 1일 취임 메시지를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 실적 턴어라운드(개선), 미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기업 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현장에서 많이 소통하고 회사 영속을 위해 고객 협업에 기반한 차세대 기술 준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정 대표가 제시한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실적 턴어라운드”라며 “올해 이어 내년에도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OLED에 대한 설비 투자, 운영자금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의 70~80%를 차지한다"며 "이는 회사 경쟁력 강화와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 LG디스플레이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LG디스플레이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 확보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고 2024년 업황이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성수기 대비 TV 제조업체들의 수요 증가와 품질 이슈가 발생해 생산이 지연된 북미 스마트폰용 모바일 플라스틱-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패널 출하 집중으로 4분기 손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석 연구원은 “내년에는 고정비용 감소에 따른 수익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연간 적자폭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P-OLED 출하 정상화와 함께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2024년은 IT OLED 신제품 양산과 W(화이트)-OLED 신규 고객사 확보’ 등 OLED 사업부 중심의 신규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W-OLED는 주로 대형 TV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