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치마킹한 '정년연장', 한국에선 시기상조...일본 일자리 규모는 한국의 4배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12.05 17:46 ㅣ 수정 : 2024.12.05 17:46

대한상의, 4일 ‘일본의 고용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연장 방안’ 보고서 발표
日 구직자 1명당 일자리양 한국의 4배…청년 실업자 줄여야 세대 갈등 없어져
日 희망자 전원 고용연장 의무화 시행에 25년 소요…한국은 5~8년 단기 예상
저출생 골든타임 세대인 90년대생 입직 후 점진적 시행이 청년 실업 감소시켜
60세 이상 고령인력 고용 비율=대기업 29.4%, 중소기업 78.9%로 규모별 편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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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비해 구직자 1인당 일자리가 4배로 많은 일본은 25년간 고용 연장을 점진적으로 실시한 결과, 기업 10곳 중 7곳이 65세 이상 계속 고용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직자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수가 적고, 계속 고용을 추진하려는 속도가 빨라 세대 간 갈등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정년연장은 아직 시기상조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자리 상황이 열악한 한국에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을 시행하면 자칫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4일 발표한 ‘일본의 고용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연장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 작년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수를 나타내는 ‘신규구인배수’가 2.28개로 일자리가 풍족한 상황에서 내년 65세 정년연장이 의무화될 예정이다”며 “반면, 한국은 구직자 1인당 일자리수가 0.58개로 일자리 상황이 열악해 일률적인 정년연장 시행에 따라 청년 취업기회가 감소할 수 있어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당 일자리 규모가 한국의 4배인 일본을 벤치마킹해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신규구인배수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일본의 고용여력 또한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에서 구인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인원’(구인인원-채용인원)을 기업규모별로 비교한 결과, 300인 이상 기업에서의 미충원인원은 한국 1000명(24년 상반기), 일본은 34만명(20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기업의 미충원인원 역시 일본이 93만4000명으로 한국 11만900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않아 청년들의 취업난이 개선될 여지가 낮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시기에 기성세대의 은퇴가 지연되면 기업의 대졸 구직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청년들의 취업시장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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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신규구인배수 추이 [그래프=대한상공회의소]

 

■ 日, 기업 10곳 중 7곳 65세까지 계속고용 채택…비결은 25년간의 마라톤 고용 연장 노력

 

일본은 지난 2006년 65세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률적인 정년연장이 아닌 60세 정년폐지, 정년연장, 계속고용(재계약) 제도 중 기업의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의 69.2%는 60세 정년을 유지한 채 65세까지 계속고용방식을 채택했으며, 특히 301인 이상 대기업의 81.9%가 계속고용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일본은 지난 2000년에 65세 고용연장 노력을 선포하고, 2006년에 선별적 대상자 고용연장 의무화를 시행하며 2013년부터 내년까지 희망자 전원 고용연장 의무화를 시행하는 등 총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65세 고용을 정착시켰다. 2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시행함으로써 기업현장의 부담과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연장을 의무화하면서 근로조건의 유지와 임금저하 정도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임금수준은 기업이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했다.

 

반면, 한국은 정년을 65세로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고령자고용촉진법)이 주를 이루며, 제도 정착기간으로 5~8년(2025~2033년)을 두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일률적인 연장 제도와 현저히 짧은 제도 정착 기간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출생 골든타임 90년대생 입직 후 점진적인 시행 통해 사회 충돌 막아야

 

대한상의는 노동시장에 대한 부작용없이 60세 이상 고용정착을 위해서는 '점진적', '단계적', '자율적'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고용연장은 청년세대인 1990년대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 시행하여 일자리 충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연간 평균 출생아 수는 68만7000명으로 직전 1980년대의 72만1000명에 비해 약 3만4000명이 줄어든 반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약 20만명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인구성장의 끝세대인 1990년대생들의 취업과 결혼이 저출생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일자리 경쟁은 점점 심화되어 취업과 초혼 연령은 점점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내년에 정년연장이 이루어지면 1995년생들의 입직이 늦어지고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도 늦어져 저출생 극복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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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65세 고용확보조치 현황 [그래프=대한상공회의소]

 

■ 노사합의‧개별 기업의 자율성 보장해야 지속가능한 정년 연장 실현 가능

 

대한상의는 고용연장으로 인한 노동시장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용연장 노력이 노사합의를 통한 선별적인 고용연장 단계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혜택이 대기업과 정규직의 1차 노동시장에 집중되고 있어 청년세대와의 일자리 충돌, 2차 노동시장과의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개최 포럼에서 60세 정년연장으로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의 청년일자리가 11.6%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고용연장 방식에 있어서는 기업마다 인력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다는 개별기업 여건에 맞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계약, 관계업체 전직 등 다양한 고용연장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60세 이상 고령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은 29.4%인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78.9%가 60세 이상 고령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해 60세 이상으로 정년연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년연장 시 청년세대와의 일자리 충돌, 기성세대의 조기퇴직 등 오히려 고용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60세 이상 고령인력의 노동시장 참여기간을 늘릴 수 있는 직업훈련, 고령인력 적합업무개발 등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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