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그룹, 美 정·재계 인맥 총동원해 '트럼프 2기' 맞대응
국내 재계 '빅4', 트럼프 1기 행정부 네트워크 토대로 2기와 소통 창구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16년 트럼프로부터 '테크 서밋' 초청장 받아
삼성전자, 글로벌 대관 업무 사령탑에 한미FTA 협상 참여한 김원경 사장
최태원 SK 회장, 내년 2월 美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TPD' 참석 가능성
최 회장, TPD 계기로 트럼프와 연결고리 형성할 지 관심 모아져
정의선 현대차 회장,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탄탄한 네트워크 갖춰
로버트 후드·성 김 등 트럼프 고위 관료 현대차해외 대관 담당으로 임명
LG, 조 헤이긴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 美 정부·의회 대응 업무 맡겨
트럼프 행정부 '고(高)관세· IRA 폐지' 가능성에 국내 업계 대책 마련 부심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막을 올린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해외시장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구축했던 네트워크와 해외 대관조직을 기반으로 트럼프 2기와 소통 창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집권 당시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전 세계 IT(정보통신) 기업인을 초청한 '테크 서밋'을 개최했다. 당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고 있어 특검의 출국 금지 조치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한국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후 3년 후인 2019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 회장과 만났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室) 단위로 승격하는 작업을 마쳤다. 글로벌 대관 업무를 수행하는 김원경 GPA 실장(사장)은 외교통상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기획단 협상총괄팀을 맡았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과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 'SK 아메리카스'를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소통창구를 마련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수장이기도 한 최태원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이 확실시된 지난 7일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축하 서한을 보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내년 1월 20일) 직후인 2월에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과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 최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네트워크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현대차그룹 해외 대관 담당으로 대거 영입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대표적인 예로 정 회장은 2020년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를 현대차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에 앉혔고 올해 1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고문으로 합류시켰다.
그는 이 밖에 올해 3월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방한했을 때 직접 만났으며 지난 7월 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레드 플라이츠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으로 유명하다.
LG그룹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역임한 조 헤이긴을 영입해 새로 구축한 워싱턴사무소 진두지휘를 맡겼다. 이를 계기로 조 헤이긴은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한다.
이와 관련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워싱턴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헤이긴 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성과 미 대선 이후 전망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트럼프 2기에 연줄을 만들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이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자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반도체법)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미국 투자를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R&D에 협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보조금 축소 및 폐지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지원금 정책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과 연을 이어온 현대차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동차와 관련해 '미국 수출용 완성차에 대한 보편적 무역관세 적용'을 공약으로 내세워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로서는 '관세 폭탄' 부담이 커졌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 법안이 실제 통과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집권 기간에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이 약 15% 줄어드는 피해를 봤다.
LG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펼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트럼프 2기와 소통이 시급한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도입했다.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은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악화한 실적을 보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신종 녹색 사기)'이라며 비판해 차기 행정부에는 IRA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폐지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출범하지 않았고 그동안 선거 기간에 제시한 선거 공약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밝히지는 않아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며 재계가 트럼트 최측근과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