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배터리 신화' 전영현 부회장 투입해 반도체 왕좌 되찾는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 주역을 투입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21일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2022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경계현(61) 사장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에서 물러나고 전영현(64·사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전영현 부회장이 활동해온 미래사업기획단장은 경계현 사장이 맡는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연말인 12월에 이뤄진다. 이를 감안하면 7개월가량 앞당긴 이번 수장 교체는 이례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도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960년생인 전 신임 DS부문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LG반도체 D램 개발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1999년 당시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는 과정에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후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그후 그는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를 맡으면서 배터리와 전기재료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전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SDI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라는 글로벌 악재에도 그해 연결 매출 11조2948억원, 영업이익 67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11.9%, 영업이익은 45.2%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삼성SDI 매출은 사상 최초로 11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맹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SDI는 2021년 매출 13조5532억원과 영업이익 1조676억원을 거둬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그 이듬해인 2022년 삼성SDI는 매출 20조1241억원과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이라는 경영성적표를 발표해 또다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SDI는 지난해에도 매출 22조7083억원과 영업이익 1조6334억 원을 기록해 수익은 소폭 감소했지만 매출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SDI에서 5년간의 긴 여정을 마친 전 부회장은 작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됐다. 미래사업기업기획단은 부회장급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삼성전자와 전자 관계사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런 그를 불과 반년 만에 DS부문장에 앉힌 데에는 ‘D램 설계 전문가’에서 ‘배터리 성장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주력 분야를 떠나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그에게 최근 주춤하는 반도체 사업에 새 숨을 불어 넣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기반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교체 가능성은 지난해 반도체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DS사업부는 지난해 15조원에 이르는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6조57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수장인 경계현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삼성전자는 경계현 사장 체제를 유지하며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반도체 실적 악화는 개인 역량의 문제가 아닌 반도체 시장 흐름 영향이 크고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에 맞서 반도체 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한 취지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경 사장은 올해 DS부문 매출을 2022년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2~3년 안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1분기 DS부분은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서 ‘반도체의 봄’을 되찾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반도체 업계 불황이 우려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시대 개막과 함께 기대주로 떠오른 HBM(고(高)대역폭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와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 경쟁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수요가 급증하는 AI 반도체 사업에 적극 대응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그 중심에 있는 HBM 기술 초격차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D램을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12단 제품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HBM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 하반기 HBM3E 급으로 높여 고용량 HBM 수요 선점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 부회장도 기존대로 HBM 기술 초격차를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전영현 부회장은 과거 삼성전자의 20나노와 18나노급 D램 미세공정 개발 주역으로 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통(通)"이라며 "그가 좁아진 기술 초격차 혈을 뚫고 삼성전자에 반도체 왕좌를 되찾아올지 기대를 모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