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에 장인화 전 포스코 대표 낙점된 이유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연간 매출액 77조원으로 국내 재계 5위 대기업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에 장인화(69·사진) 전(前) 포스코 사장이 내정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해 주력 분야인 철강 사업과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8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장 전 사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장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 포스코에서 36년간 근무하며 회사 미래 비전 제시
1955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난 장 내정자는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선해양공학과 석사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원 해양공학과 박사를 받았다.
장 내정자는 36년간 포스코에 몸 담은 '정통 포스코맨'이기도 하다. 그는 또 2018년 포스코 회장 선임 당시 현직 최정우 회장과 최종 2인으로 경쟁을 벌이다 고배를 마셨지만 두 번째 도전 끝에 회장 후보가 됐다.
그는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한 후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신사업분야 최고 전문가다.
게다가 그는 2018년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맡은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 신(新)사업과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다루며 회사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노사관계에서 사측 대표로 활동하며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중심 행보를 보여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에 따라 인자하고 넉넉한 성품으로 구성원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았다.
2021년 주총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며 여전히 경영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특히 포스코 재임시절 인공지능(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국내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하며 그룹 핵심인 철강사업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신사업 부문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하며 배터리 소재와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포스코홀딩스 CEO(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 관계자는 장 내정자에 대해 “미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그룹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또 “장 내정자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초 공개된 포스코홀딩스 차기회장 후보 6명 명단에는 장 전 사장을 비롯해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6명 가운데 3명은 포스코그룹 내부 인물이었으며 나머지 3명은 외부 인물로 이뤄져 일각에서는 외부 인사가 최종 회장 후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장 전 사장이 최종 회장 후보자에 오르면서 회장 후보 경쟁이 마무리 됐다.
■ ‘등대공장’ 신화가 철강 사업 키 잡는다... 원가절감·내실경영 기대
장 내정자는 포스코 재임시절 포스코가 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등대공장은 ‘타의 모범이 되는 리딩 기업(선도 기업)'을 뜻한다.
포스코가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이유는 용광로(고로)와 AI 기술 융합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고로 상태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를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빅데이터화했다. 그리고 30여년 간 일해온 숙련자 노하우를 참고해 최적의 쇳물 생산량을 뽑아내는 딥러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포스코 고로는 하루 240t의 쇳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포스코는 AI 고로를 포함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321개 스마트과제를 수행해 2500억원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장 내정자가 과거 고로와 AI의 기술적 융합으로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한 점은 중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를 비롯해 세계 최대 철강시장 중국까지 건설업 불황이 이어져 철강제품 수요가 크지 않다"며 "이에 따라 철강제품 생산·공급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원가 절감 역량을 증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등대공장 주역을 맡았던 그는 그룹 철강사업을 더욱 고도화시켜 원가 절감을 통한 내실경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에서 철강 사업은 기업의 핵심 근간"이라며 "포스코홀딩스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77조127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철강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는 매출 38조9710억원을 달성해 총 매출의 50% 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철강제품 생산 원가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 포스코 영업이익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장 내정자가 철강 사업 부문에서 혁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 배터리 소재 및 원료 중심 사업구조 재편 가능성 커져
장 내정자가 리튬 사업과 양·음극재 사업으로 그룹의 배터리 소재 및 원료 중심의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거대 덩치를 지닌 포스코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철강 외에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광물 원료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리튬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호주 니켈 광산·제련 업체 레이븐소프에 지분을 투자해 니켈 부문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그룹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를 통해 흑연을 확보하고 있으며 포스코HY클린메탈은 그룹 내 폐(廢)배터리 리사이클링 역량을 갖춰 소재 전문 그룹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를 펼쳤지만 아직까지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듯 양·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4조7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포스코홀딩스 총 매출 77조1270억원의 6.1%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장 내정자는 양·음극재, 리튬 사업 등 그룹 신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경영을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