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데인 금융지주, 비이자 키우기 사활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금융지주 실적 발표 시즌이 개막하면서 이익 구조 다변화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내세운 비(非)이자 이익 증대 성과를 얼마나 이뤄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전망에 대해선 비관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공개한 ‘2023년 경영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3조45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전년(3조6257억원) 대비 3.3% 감소한 규모다.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6일)와 KB금융지주(7일), 신한금융지주(8일)가 연이어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생금융과 대손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이익 성장세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겼을지 주목된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자 부문으로 기울어진 이익 구조를 비이자 부문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고금리 국면 속 이자 장사 논란을 덜어내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지속가능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비이자 이익은 1조90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5.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와 비이자를 더한 총영업이익(10조860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7.5%로 전년(13.7%) 대비 3.8%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비이자 이익 성장에 대해 “운용리스와 퇴직연금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관련 매매평가익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 이익 비중은 △KB금융 29.9% △신한금융 26.8% △우리금융 12.0%로 집계됐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0.2%p, 4.7%p 올랐고 우리금융은 0.6%p 떨어졌다.
국내 금융사는 글로벌 금융사 대비 이자 부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받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비이자 이익 비중은 12%로 미국 은행(30%)의 절반도 못 미친다. 특히 지난해에는 5.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금융지주 비이자 이익 증대를 위해서는 은행 뿐 아니라 증권·카드·보험·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힘을 써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금융지주들이 증권·보험사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한 것도 비이자·비은행 강화 전략의 연장선이다.
일례로 우리금융의 비이자 이익 비중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건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부재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자 부문 비중이 높은 은행 계열사 의존도가 워낙 크다보니 금융지주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들의 비이자 이익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지만 지속성에 대해선 비관적 목소리도 나온다. 비이자 이익의 핵심인 수수료 수익 발굴 분야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금융시장 변동성 따라 수요도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송금·출금 수수료 면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고, 증권사도 증시 부진으로 투자가 위축되면 수탁수수료가 쪼그라들 수 있다. 최근에는 홍콩H지주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파생상품 시장도 얼어붙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품 중개·판매로 수수료를 받는 금융사 입장에선 악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이자 6에 비이자 4의 비중으로 가는 게 이상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얼마나 걸릴지, 실현 가능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우선 금융사가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와 고객이 동시에 늘어나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