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깎고 파생상품도 위축···은행들 ‘비이자’ 키우기 쉽지 않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2.03 07:30 ㅣ 수정 : 2023.12.03 07:30

5대·기업은행, 12월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면제키로
“부과 방식 합리적 개선”···수수료율 인하 가능성도
올 초부터 타행 이제 수수료 면제···범위 계속 확대
홍콩H지수 ELS 사태로 파생상품 판매 위축 우려도
수수료 수익 창구 계속 좁아져···비이자 증대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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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고금리 속 이자 장사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이 비(非)이자 이익 증대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비이자 부문의 핵심인 수수료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깎아주는 흐름인 데다, 손실 우려가 커진 파생상품 판매 위축으로 중개 수수료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0% 넘는 은행들의 이자 이익 의존도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12월 한 달 동안 전체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상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이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차주가 예정된 대출 만기일보다 빨리 상환할 경우 내는 수수료로, 일종의 계약 위반 패널티다. 통상 은행들은 대출 실행 3년 이후에 상환하면 면제해주지만, 그 전에 갚을 경우 최대 1.4%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은행권의 연간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액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6개 은행은 신용등급 하위 30% 등 저신용자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프로그램도 오는 2025년 초까지 1년 더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향후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인데,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들의 수수료 면제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올 초부터 인터넷뱅킹에서 이뤄지는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바 있다. 신한은행이 처음 도입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잇따라 수수료 면제 정책에 동참했다. 

 

은행권은 각종 금융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면제해 나가는 게 고객 부담 완화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면제 분야가 계속 넓어지는 상황은 경계하고 있다. 계좌 관리 등에도 수수료를 물리는 해외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은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과 범위가 좁은데, 이마저도 줄이거나 없애가고 있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의 경우 가계대출에 일괄 적용하는 게 아니라, (12월 중) 상환 수요가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면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큰 수익적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주담대 대환 플랫폼이 나올 텐데, 은행들은 금리나 수수료 인하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우려가 나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판매 절차를 점검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은행 파생상품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은 홍콩H지수에 편입된 파생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은행 지점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만든 것들이다. 은행은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이 상품을 가져다 팔면서 가입금액의 약 1%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손실 우려 확산으로 파생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은행의 수수료 수익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 기준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4% 늘어난 30조8366억원으로 여전히 수익성은 견고하다. 다만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 비중이 약 91%까지 치솟으면서 고금리 이자 장사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 구조 다각화 차원에서 비이자 이익 증대를 주요 경영 목표로 세웠는데, 최근의 상황이 우호적이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장 비중이 큰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경우 비이자 부문 성장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비이자 이익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온다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체질을 바꿔나가는 측면”이라며 “조금 더 활로만 열리면 다양한 분야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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