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역대 실적 내지만...‘비이자 이익’ 확대 난항
4대 금융, 올해 순익 역대 최대 16조원대
이익 구조 다변화 노력 성과 냈을까 주목
3분기까지 은행 이자이익 비중 90% 안팎
비이자 늘려야하는데 수수료 깎는 은행들
“서비스에 정당 대가 지불 문화 정책해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6조원대 순이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익 구조 다변화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이자 장사’ 논한 중심에 선 은행 계열사의 경우 마땅한 비(非)이자 이익 증대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6조3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15조7312억원)보다 5802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전망대로라면 금융지주들의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은 2년 연속 경신된다.
금융지주별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KB금융 5조504억원 △신한금융 4조6662억원 △하나금융 3조7045억원 △우리금융 2조8903억원 등의 순이다. KB·신한·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어나고, 우리금융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은 각 금융지주의 이익 구조 변화 여부다. 올해 금융지주들은 이자 장사 논란을 촉발한 이자 이익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는데, 비(非)이자 이익과의 균형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은행 계열사의 경우 총 영업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안팎이다. 올 1~3분기 누적 기준 국민은행은 7조9489억원의 영업 이익 중 7조3319억원(92.4%)을 이자 이익으로 채웠다. 신한은행(92.2%)과 우리은행(91.0%), 하나은행(89.2%)도 이자 이익 비중이 절대적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은행의 총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은 평균 12% 수준인데, 미국 은행(30.1%)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자 부문으로 기울어진 이익 구조는 시장금리 변동성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은행업의 경우 단기간 내 비이자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는 항변도 나온다. 특히 비이자 이익의 핵심인 ‘수수료’의 경우 면제 정책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신탁, 방카슈랑스 등도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보여 안정적 수익원으로 삼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해외 금융사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이나 예금계좌 관리에도 수수료를 붙이고 있어 수수료 중심의 비이자 이익 성장이 가능한 것”이라며 “정서상 안 받던 걸 다시 받겠다고 하면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한정된 사업 모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수수료 수익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보다는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고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비금융 사업 진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하고, 초기 비용·인력 투자에 비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은행이 서비스 중인 알뜰폰 ‘리브모바일’은 2017년 출시됐지만 매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상황에 따라 증감하는 이자 이익 중시의 수익 구조가 국내 은행들의 기업 가치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 은행들의 이익 구조 다변화 노력과 함께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 뒷받침 필요성도 제기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은행 산업의 비이자 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제시된 만큼 영업 모델 다각화에 따른 수익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통해 은행 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개선되는 등 은행 기업 가치가 제고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