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또 ‘역대급 실적’ 예고···주목할 지표는
KB·신한·하나·우리, 상반기 순이익 9조 넘을듯
은행 계열사 실적 호조에 역대 최대 기록 경신
충당금 부담은 가중···하반기 건전성 관리 관건
비은행 계열사에서 승부 갈릴 수도···본격 경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4~6월) 실적 발표가 임박했다. 여전히 높은 시장금리로 이자 이익 중심의 ‘실적 파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각 금융사의 비(非)이자 이익 증대 노력도 호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부터 ‘진짜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당장의 실적보다는 각 금융지주가 쌓는 대손충당금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비은행 성장세도 눈여겨볼 부분으로 꼽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KB금융을 시작으로 27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이 ‘2023년 2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비롯해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표가 모두 나온다.
시장에선 4대 금융지주가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합계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약 4조3636억원이다. 올 상반기(1·2분기)로는 9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동기(8조9662억원)에 이어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이 같은 호실적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이익 증가에 기인한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이자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각 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80~90%대에 달한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영향이 5~6월 중에 반영됐을 텐데, 신규 대출보다는 잔액에서 나오는 이자 이익이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수익성 다각화 중심의 영업으로 나타난 비이자 이익 증가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선 4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고무적이지만, 앞으로 순이익보다는 건전성·성장성 지표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실채권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따라 향후 손실 흡수 비용 부담이 증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연체율은 0.20~0.28%로 1년 전(0.12~0.21%)보다 상단이 0.07%포인트(p) 상승했다. 총여신에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12~0.26%에서 0.19~0.28%로 오름세다.
각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건전성 지표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추세적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 부담으로 작용한다. 4대 금융지주는 올 1분기 총 1조7338억원 규모의 신규 충당금을 쌓았는데, 2분기 적립 규모가 축소될 지는 미지수다.
충당금은 건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적립 규모를 계속 늘려갈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면 환입이 가능하지만, 당장은 순이익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장의 실적보다는 건전성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년 전에는 충당금 잔액의 10% 수준에 해당하는 추가 충당금이 반영됐다”며 “올 2분기도 금융당국의 권고에 의한 추가 충당금 전입이 예상되는데, 해당 규모가 분기 실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비은행 계열사가 얼마나 힘을 써주는 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연말로 갈수록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대출 자산 증대도 제한적인 만큼 그동안의 ‘은행 중심’ 성장 전략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비은행 계열사 키우기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널뛰는 만큼 안정적 이익 기반 구축으로 성장성을 유도하겠단 전략이다.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채권시장 안정화와 증시 회복이 비은행 계열사 실적 성장의 필수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달금리가 내려가야 카드사 부담이 줄어들고, 주식 거래가 늘어야 증권사 이익도 증대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실적이 대동소이하다면 비은행 계열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금융지주별로 비은행 계열사들이 위치한 시장 포지션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누가 먼저 치고 나가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나 내년의 순위도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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