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4대 금융지주···은행 의존도 더 커졌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0.26 07:25 ㅣ 수정 : 2022.10.26 07:25

KB·신한·하나·우리 3분기 순이익 4.9조원
이자 이익 급증···역대 최대 기록 경신해
전체 순이익 중 은행 비중 일제히 확대
시장 변동성 대비 비은행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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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로고.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3분기(7~9월) 예상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4개 금융지주의 순이익 합계만 거의 4조9000억원에 달한다. 가파른 금리 상승 수혜로 이자 이익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각 금융지주 내 비(非)은행 계열사가 부진을 겪으며 은행 의존도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 속 은행에 쏠려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 3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8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4조1209억원)과 비교해 18.6%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호실적과 관련해 각 금융지주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건 이자 이익 증가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자산 성장이 맞물리면서 걷어들이는 이자가 크게 늘었단 설명이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모두 개선세를 나타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금융지주들의 은행 의존도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몫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어서다.

 

먼저 KB금융의 올 3분기 순이익은 1조2713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KB국민은행이 가져다 준 순이익(8242억원) 비율은 64.8%다. 이는 전년동기(59.9%)와 비교해 4.9%포인트(p) 오른 수치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 3분기 순이익 1조5946억원 중 신한은행(9094억원) 비율은 57.02%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순익에는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 차익(4438억원)이 반영돼 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신한금융의 순이익(1조2728억원)으로 계산하면 신한은행 비중이 71.4%로 껑충 올라간다. 이는 전년동기(68.03%) 대비 3.37%p 오른 수치다. 

 

하나금융 역시 올 3분기 순이익(1조1219억원)에서 하나은행(8702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77.2%로 1년 전(74.7%) 대비 2.5%p 상승했다. 그룹 전체 실적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은행에 쏠린 이익 구조를 분산하지는 못했다. 

 

우리금융의 올 3분기 순이익은 8998억원으로 우리은행(8190억원) 비중이 91.0%에 달한다. 1년 전 같은 기간 90.8%보다도 높아졌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은행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1년 만에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더 높아진 건 증시 부진 영향이 가장 크다. 작년만 해도 주식 투자 열풍에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급성장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증시 부진에 따른 투자 심리 약화로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은 이자 이익에 힘입은 은행 계열사가 전체 그룹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자 이익과 함께 영업이익을 구성하는 비이자 이익은 4대 금융지주 모두 감소하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있는 성장은 수년 전부터 금융지주의 최대 화두였다.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하락에 따라 이자 이익이 널뛰기를 이어가면 실적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 치중된 사업 구조는 그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과 배달앱·알뜰폰 등의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장 기업 체급을 키우기 보다는, 은행-비은행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로 안정적 이익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특정 계열사의 선방으로 전체 실적을 방어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긍정적인 건 조직 전체가 고르게 성장하는 것”이라며 “지금 같이 금융시장 변동성이나 리스크가 큰 상황에 충격 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비은행 강화는 향후 종합금융지주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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