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4대 금융지주, 올해 역대급 실적···내년은 쉽지 않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2.20 07:34 ㅣ 수정 : 2022.12.20 07:34

KB·신한·하나·우리금융 16조원대 이익 낼 듯
대출 자산 확대에 금리 올라 이자 이익 증가
내년 실적 둔화될 듯··“NIM 축소 압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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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연간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가 호실적을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합산 순이익 전망치만 약 16조원대에 달한다. 

 

다만 내년 실적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달금리 상승과 대출 성장률 둔화 등 금융지주 실적 성장세를 압박하는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총 13조8544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실적 더한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약 16조5000억원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14조54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 전망치대로라면 올해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에 더해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한다. 일각에선 올해 연간 17조원대 순이익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이자 이익 증가에 기인한다. 올해 들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가 덩달아 뛰면서 걷어들인 이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29조219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급증했다. 

 

특히 은행 계열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증시 부진 등의 영향으로 비(非)은행 계열사가 부진한 가운데, 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3~89.1%로 압도적이다. 

 

그간 누적된 대출 자산 성장과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올 연말까지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금융지주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실제 가계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상단이 연 7%대 후반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선 금융지주 실적에 수혜로 작용한 시장금리 상승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내년에는 은행권 대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계 부문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현상이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른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1조원 감소했는데, 11월 중 감소세는 2004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금융지주 실적을 떠받치고 있던 은행 입장에선 내년 대출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신규 대출 수요가 줄고, 기존 대출 상환이 지속될 경우 올해 같은 이자 이익 증가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금융지주 전체 실적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주택 마련의 필수 수요인 주담대는 유지되고 있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작년과 달리 대출을 받아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고 금리도 워낙 오르다보니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도 갚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달금리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된다. 은행들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들어 조달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은행 자산 성장률은 높은 금리로 인해 둔화될 수밖에 없고 조달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순이자마진(NIM) 축소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순이자마진은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4대 금융지주 경영 공시를 종합하면 전분기 대비 평균 NIM 상승폭은 2분기 0.08포인트(p)에서 3분기 0.02p로 축소됐다. 

 

금융지주는 내년 경기 침체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도 늘리고 있다. 충당금은 금융사에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실적에 영향을 준다. 대출금리 상승 충격이 누적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는 점도 금융지주 충당금 확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올해 실적과) 비교하다보니 내년 성장세 둔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급격한 감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채 발행도 재개한다고 하니 자금조달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대출 부진과 충당금 자체는 부담 요인이 맞고 비은행 계열사도 힘을 써줘야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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