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2.16 07:29 ㅣ 수정 : 2022.12.16 07:29
진옥동 신한은행장, 그룹 회장으로 직행 현 4대 금융그룹 회장 모두 은행장 출신 후계 구도 주축에 전·현 은행장들 포진해 내부 경쟁 강화로 외풍 차단·경영 지속성 그룹 내 은행 비중 높아··후계 구도 우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시점만 앞당겨졌을 뿐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통상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은 회장에 이은 잠재적 ‘2인자’로 불리며 후계 구도 최전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역대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 경력만 봐도 조직 내에서 은행장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이 호실적으로 그룹 기여도를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차기 회장’ 공식도 이어질지 관심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진옥동 신한행장은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전제 하에 신한금융이 부회장직을 신설할 것으로 관측했다.
진옥동 행장은 가장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꼽혔는데, 조용병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 결정에 따라 그룹 회장으로 직행했다.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 관측 배경은 ‘포스트 조용병’을 위한 후계 구도 형성이다. 진옥동 행장 전망이 우세했던 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을 넘기더라도 진옥동 행장이 사실상 신한금융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 정도의 규모면 부회장직이 필요하고, 그 자리가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건 공공연하게 나왔던 얘기였다”며 “지표나 평판으로 봤을 때 내외부적으로도 진옥동 행장이 (회장으로) 갈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그룹에선 은행장이 회장에 오르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조용병 회장을 비롯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등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다. 은행장 임기 이후 그룹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취임한 사례도 있다.
현재 각 금융그룹이 형성한 후계 구도 주축에도 주력 계열사 수장인 은행장들이 포진해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20년 말 부회장직 도입 이듬해 허인 전 국민은행장을 승진시켰다. 현재 KB금융은 허인·양종희·이동철 등 3인 부회장 체재로 운영 중이다. 내년 말 윤종규 회장 임기 종료 전 후계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장·그룹 부회장을 거쳐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본격적인 후계 구도 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호실적에도 올 연말 인사에서 교체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그룹 부회장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 2개의 사장직을 신설했다. 특히 같은 시기 취임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경영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그룹 비상임이사에 선임돼 2인자 입지를 굳혔다. 우리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 대비 은행 비중이 커 은행장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같이 2인자의 포지션을 명확히 하는 금융그룹들의 움직임은 정치적 변화로 불어 닥칠 수 있는 외풍(外風)을 사전에 막는 장치라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부 경쟁 체재 강화로 그룹 후계 구도를 눈에 보이게 설계함으로써 경영 지속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직에 대한 전문성이나 세대 교체 등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후계 구도 형성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여전히 규모나 이익 측면으로 봤을 때 금융그룹 내 은행 계열사 비중이 상당한 만큼, 후계 구도에서 은행장들의 강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토대인 은행은 역할이나 책임이 막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은행장은 회장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간다”며 “절대적 공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회장 선임 때 은행장이 후보에 오르고 실제 선임되는 경우가 많긴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