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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2인자' 승진 김동관·정기선·이규호 경영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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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31 08:00 ㅣ 수정 : 2023.12.31 08:37

김동관·정기선·이규호 등 오너家 3·4세 40대 전면 등장
김 부회장,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 구축
정 부회장, 세계 조선업 불황 속에 회사 체질 개선·위기극복 성공
이 부회장,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이끌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오너 3·4세 승진 연령 갈수록 낮아져...후계자 입지 굳히는 추세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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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재계 경영권 승계 시계추 움직임이 빨라지며 오너가(家) 3·4세들이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일찍부터 경영 일선에서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먹거리 모색에 나서면서 승계 기반을 닦고 있다. 이들은 경영 참여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승진 속도 역시 빨라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초고속 승진’ 오너가 3·4세 3대장으로는 김동관(40)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41) HD현대 부회장, 이규호(38)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20년 9월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여 만인 2022년 8월 부회장직에 올랐다. 정기선 부회장도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인 올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부회장 승진 속도는 앞선 두 부회장보다 빠르다. 이 부회장은 2022년 11월 사장 승진 1년 만인 올해 11월 부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재계가 최근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추세이니 만큼 이들 승진 배경 역시 표면적으로는 ‘세대 교체’이지만 그 안에는 ‘경영승계’라는 목적이 내포돼 있다.

 

이에 따라 언젠가 회장으로 그룹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이들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히 이들 세 사람은 각각 1983년생, 1982년생, 1985년생으로 동연배이고 부회장 승진 시점이나 승진 속도 등 공통점이 많아 향후 경쟁구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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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이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의 한화 통합부스를 방문했다. [사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김동관 부회장, 방산·에너지 거머줘...방산은 '승승장구', 에너지는 '아직'

 

김동관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이전부터 맡아 온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한화 전략부문 대표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까지 겸하게 됐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우주항공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3남(男)이 있지만 그룹 핵심 사업인 에너지와 방산을 이끌게 된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3명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으로 1년여 시간을 보낸 김동관 부회장 경영능력은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김 부회장의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꼽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이라는 비전과 함께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사업구조 개편을 주도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과 부품, 한화시스템 우주 통신·레이더·지휘통제 시스템 등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갑차, 대공·유도 무기 체계, 발사대 체계, 정밀 장비 등 첨단 전략 무기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육(陸)·공(空)'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마지막 퍼즐인 ‘해(海)’를 맞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카드였다. 게다가 지난 2008년 김승연 회장이 인수(당시 대우조선)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내며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고 한화그룹은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한화그룹의 방산 실적은 순항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 1조9815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65% 증가했다.

 

특히 한화디펜스 실적이 반영되는 지상방산 사업 부문 실적은 매출 7627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7%, 483% 늘어났다.

 

한화오션은 출범 후 첫 실적 발표에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 당기순이익 2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약 100% 증가했다. 

 

한화 방산 사업 구심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망도 밝다. 당장 올해 4분기만 해도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에 유럽과 중동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나고 기존 수출 물량 실적도 본격 반영돼 역대 최대 실적을 쓴 1분기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오랫동안 공들여왔다고 알려진 만큼 한화솔루션 실적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재직했던 김동관 부회장은 당시 독일 태양광 셀 업체 ‘큐셀’ 인수를 주도했고 이후 한화큐셀 전무를 지내며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2조9258억원, 영업이익 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8% 축소됐다. 다만 4분기 모듈 판매량 증가와 고(高)마진의 stand-alone(독립형) ESS(에너지 저장장치) 프로젝트 매각 영향에 따라 실적 개선 여지는 남아있다. 

 

한화솔루션은 김 부회장 주도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태양광 통합생산 단지 ‘솔라허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에 따른 재무 부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사업으로 또 다시 경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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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는 정기선 부회장(당시 사장)이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위치한 현대베트남조선을 방문해 공정 진행사항을 살피고 있다. [사진 = HD현대]

 

■ 조선업 '킹' 한국조선해양…유일 목표 수주 달성에 정 부회장에 힘 실려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 3세 정기선 부회장은 그동안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한국조선해양 대표 등을 지내며 그룹 사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 

 

그리고 지난 2년간 HD현대 대표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그룹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번 부회장 승진 배경 역시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이바지한 점이 반영됐다.

 

실제 HD현대 실적을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전후로 비교하면 △2021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28조3537억원과 영업이익 1조366억원 △2022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60조8497억원과 영업이익 3조3870억원으로 1년 새 매출은 114.6%, 영업이익은 226.7% 증가했다.

 

특히 정기선 부회장이 함께 이끄는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대비 매출은 11.7% 늘었고 영업손실은 74.3% 줄어드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연간 기준 적자를 피하지 못했지만 3·4분기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현대중공업은 8.8% 늘어난 9조455억원, 현대미포조선은 전년 대비 28.7%가 늘어난 3조716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정유사업을 총괄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전년대비 68.0% 상승한 매출 34조9550억원, 건설기계부문 현대제뉴인은 전년 대비 62.5% 늘어난 8조50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과 정유, 건설기계 등 주력사업 시황 개선세가 이어져 올해도 실적호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HD현대는 올해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13조7232억원과 영업이익 6677억원이다. 조선·정유부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매출은 지난 분기 대비 12.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1.3% 증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업일수 감소 영향에 따라 지난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8.1% 감소한 5조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계열사 실적 개선으로 6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 올해 4분기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HD현대는 전망한다.

 

특히 국내 조선3사 가운데 한국조선해양만이 유일하게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해 글로벌 조선 시장 1위 기업의 위상을 입증하며 정 부회장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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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오롱 유튜브 캡처]

 

■ 이규호 부회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범 성공작...'경영능력 입증' 숙제 여전

 

이규호 부회장은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승진 속도는 가장 빠르다. 입사 10년 만에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직에 오른 이 부회장은 불과 1년 만에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을 차지했다.

 

이 부회장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사장과 사장으로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이끌며 그룹 자동차유통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노력했다.

 

당시 실적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2021년 코오롱글로벌 총 매출 4조7495억원 가운데 자동차부문에서 약 2조원을 이끌어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이 기세를 몰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성공적으로 출범시켰고 코오롱만의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아우르는 ‘702’ 브랜드를 론칭해 새 비즈니스 운영에 이바지했다. 이는 이번 부회장 승진 인사 배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철원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미래성장전략 수립과 신(新)사업 발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축, 재무역량 강화라는 새 임무를 맡는다.

 

이에 따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실적 기준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고 차량 판매는 신차와 중고차를 포함해 5만대까지 늘리는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발은 나쁘지 않다. 올해 1분기 매출 4033억원과 영업이익 89조3000억원, 2분기에는 매출액 6115억원과 영업이익은 134억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곡선을 그렸다. 

 

다만 3분기에는 매출 5995억원과 영업이익 53억원을 거둬 각각 직전 분기 대비 2%, 60.7%씩 줄어 부진했다. 계절적 영향으로 3분기에는 직전 분기 대비 실적이 악화됐지만 4분기에는 할인율 향상과 고객 수요 확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코오롱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평가는 앞선 두 회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도 그가 부문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이미 안정적인 실적을 내 온 분야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이 인적 분할해 신설된 기업이기 때문에 그의 성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 부임 전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매출은 △2016년 9220억600만원 △2017년 1억1916만원 △2018년 1억1481만원 △2019년 1억1328만원 △2020년 1억4436만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로 그룹 전반의 미래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객관적인 경영지표를 통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실적 부진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패션사업을 이끌었는데 당시 매출이 △2018년 1조456억원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가 전무 시절 2년여간 대표이사를 지낸 계열사 리베토코리아에서도 적자가 2년 연속 이어졌다.

 

한편 오너 일가 승진은 갈수록 빨라지고 연령은 낮아지는 추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자산 순위 100대 그룹 가운데 재직 중인 오너 일가 827명 중 사장단(사장·부회장·회장)에 포함된 199명의 평균 입사 연령은 28.9세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오너 3·4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창업 2세들은 임원에서 사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7.8년이 소요됐고 연령은 42.6세였다면, 3·4세들은 평균 8.4년이 걸렸고 연령 41.2세다. 사장에서 부회장까지 2세가 평균 6.5년에 49.1세, 3·4세는 4.8년에 46.0세다. 이 역시 3·4세가 연령, 기간 모두 낮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연령이 아닌 성과 중심 승진 문화가 기업 전반에 안착하면서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아 온 오너가 3·4세 전면 배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두고 그룹 신사업이나 미래사업 관련 보직을 맡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성과에 따라 후계자 입지를 굳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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