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LG 구광모 삼각편대' 내년에 미래성장동력 'ABC' 광폭 행보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2.28 05:00 ㅣ 수정 : 2023.12.28 07:25

구광모 회장 주축 권봉석 ㈜LG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사단’ 구축
LG, AI·바이오·친환경기술 등에 2026년까지 모두 7조원 투자 청사진 마련
구 회장, 미국과 캐나다 기업 연구소 방문해 ABC 사업 초일류화 초석 닦아
권봉석 부회장, 기술과 마케팅 역량 고루 갖춘 융합형 전략가로 알려져
신학철 부회장, 2030년 LG화학 매출 30조원 대 '글로벌 톱 기업' 육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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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권봉석 ㈜LG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새롭게 짜여진 LG그룹 '구광모 사단'으로 미래 먹거리 'ABC' 공략 나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일 국내외 LG 임직원을 대상으로 2024년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이메일로 보냈다.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경영 화두를 던져온 구 회장은 내년에도 ‘고객’이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에 방점을 뒀다면 내년 신년사에는 ‘남들과 다르게 차별적 고객가치에 몰입’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은 2024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 5년간 고객가치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을 말하며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며“이러한 상황에서 최고 고객경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WOW(와우)하게 만드는 감동을 선사하고 미래 고객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가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불가능한 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은 이른바 ‘구광모 사단’이 본격 출격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구 회장 취임 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선임했던 주요 계열사 부회장단이 모두 용퇴해 LG의 세대교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따라 LG는 2024년 구 회장을 주축으로 유임에 성공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권봉석 (주)LG 대표이사 부회장 등 2인 부회장 체제로 살림을 꾸려가게 됐다.

 

또한 LG는 그룹의 대표적 신사업 ‘ABC(AI(인공지능)·Bio(바이오)·Cleantech(친환경기술))’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그룹차원에서 2026년까지 AI·데이터 분야 3조6000억원, 바이오 1조5000억원, 클린테크 1조8000억원 등 약 7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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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8월 22일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소 설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 LG]

 

28일 재계에 따르면 지금껏 행보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구 회장이 최근 신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바이오와 AI 분야의 미래준비 현황과 육성 전략, 미래 사업 분야의 시장 트렌드 등을 직접 살펴 ABC 분야 역량 강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 회장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을 찾아 항암 신약·세포치료제 중 톱 티어(일류)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하고 스마트홈, 딥러닝 등 선진 AI 기술을 연구하는 ‘AI 랩(Lab)’ 운영 현황도 살폈다. 

 

아울러 세계 최고 항암 연구시설 ‘다나파버 암 센터(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바이오·제약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시설 ‘랩센트럴(LabCentral)’ 등 세계 최고 수준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을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ABC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조직 체계를 가다듬고 인재를 확보하는 등 기본 역량 확보에 주력해 왔다”며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LG가 올해 ABC 분야 기초공사를 다졌다면 내년은 ‘차별적 고객가치’를 위한 본공사가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 회장과 함께 두 부회장이 보여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두 사람은 그룹 신(新)성장동력 ‘ABC’ 사업을 직접 관리해온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구광모의 남자’로 불리는 권봉석 부회장은 LG전자에 입사해 모니터사업부장과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상품기획그룹장을 지내며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 개발에 참여하고 MC·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으로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었다. 아울러 권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간 사업 조율을 담당하는 ㈜LG 시너지팀장을 거치는 등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두루 갖춘 융합형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2020년 인사에서 LG전자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됐던 권 부회장(당시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가속화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21년 AI 기술을 기반으로 TV 광고와 콘텐츠를 분석하는 업체 ‘알폰소’에 LG전자가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 그는 또 TV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 

 

LG전자는 이후 영국과 그리스 등에 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 공략하는 등 TV 플랫폼 사업을 강화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고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업 성장에 따른 수익구조 다변화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했다.

 

LG전자는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 중심의 TV 사업에서 콘텐츠·서비스를 결합하는 고객 관계 중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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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주)LG 대표가 지난 8월 21일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했다. [사진 = LG]

 

신학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LG화학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신 부회장은 2018년 말 미국계 글로벌 제조업체 3M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그는 LG화학 최초 외부인사로 2022년 대표이사 재임에 성공할 만큼 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신 부회장은 ‘톱(TOP)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도약’이라는 포부를 내비치며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 기준으로 매출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과 미국과 유럽 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한 경쟁력 있는 메탈 확보와 배터리 리사이클(재활용) 사업 협력 등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한다.

 

그는 신약 분야의 경우 올해 4월 미국 보스턴 소재 항암제 전문 제약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하는 데 성공해 항암 중심의 글로벌 톱 30 제약사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특히 바이오 연구개발(R&D)에만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2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항암, 대사질환 분야에서 4개가 넘는 신약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핵심 인재 확보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3대 신성장동력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지난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TO(최고기술책임자)와 각 사업부 연구소장 등 주요 R&D 경영진과 함께 미국길에 올랐다. 

 

그는 ‘BC(Business & Campus)투어’를 열어 미국 등 북미 지역 주요 20여개 대학에서 석·박사 40여명을 초청해 LG화학 R&D 현황과 변화 방향을 공유하는 등 현지 우수 인재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 인터뷰를 실시했다. 

 

LG는 2018년 이후 구광모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기존 부회장단이 남아있어 선대회장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직접 구 회장이 선임하고 앞으로 직접 발탁할 측근들과 함께 꾸려갈 LG는 구 회장의 색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전 회장이 발탁했던 부회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 구 회장 체제 조직이 더욱 견고해지고 강화됐다”며 “그동안 드러나지 못한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분명해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오일선 소장은 “앞으로 젊은 인사를 중심으로 구 회장 측근이 전면배치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AI, 바이오 등 구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 전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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