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속 임기만료 앞둔 카드사 CEO, 연임 가능할까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황이 조달금리와 연체율 상승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카드사 CEO들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말 만료된다. 카드업황이 악화하면서 카드사들의 순익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이들의 연임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올해 3분기 2724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3525억원에 비해 22.7% 감소한 규모다. 3분기 별도 순이익은 79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3% 줄었다. 연체율 역시 악화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카드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22%로 6월 말 1.16%와 비교해 0.06%포인트(p) 악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감소는 업황 악화에 따른 업권 전반적인 현상이다. 때문에 실적 감소가 이 대표의 연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 디지털금융 강화, 신규 브랜드 활성화 등에서 성과를 거둔 점은 이 대표의 연임에 힘을 더한다. KB국민카드 결제 플랫폼 'KB Pay(KB페이)'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KB국민카드의 새 카드 브랜드 '위시(WE:SH)'는 출시 9개월 만인 올해 9월 발급 좌수 40만좌를 돌파했다.
또 이 사장은 지난해 초 선임된 만큼 임기 연장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초임 2년 이후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해 최소 3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실적이 악화하기는 했으나 디지털 강화와 신규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 등 성과를 보인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금융그룹 회장이 교체되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KB금융은 그룹사 전반에서 리더십 교체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KB금융 차기 회장에 양종희 부회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계열사 CEO 인사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 사장의 경우도 모기업 대표가 새롭게 선임되면서 교체 가능성이 언급된다. BC카드의 모기업인 KT는 최근 김영섭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6개월여의 경영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1년 3월 BC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최 대표의 경우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바 있어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 대표는 구현모 전 KT 대표가 영입한 인물이다. KT의 대표가 새롭게 선임된 만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BC카드의 실적 부진 역시 교체 가능성의 근거로 꼽힌다. BC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1509억원에 비해 80.6%나 감소했다. 이는 국내 전업카드사의 순익 감소폭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다만 최 대표는 선임 이후 해외 결제망 사업 진출, 자체 카드상품 강화 등에서 성과를 거둔 점은 긍정적 요소다.
BC카드는 올해 8월 자회사 '스마트로',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 산하 국영결제기관 'IPC'와 함께 현지 카드 결제 프로세싱 전문 합작법인 'BC카드 키르기스스탄(BCKG)'을 설립했다.
앞서 7월에는 우즈베키스탄 국영 결제중계망 사업자 NIPC와 '우즈베키스탄 금융선진화를 위한 결제 인프라 구축'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몽골,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면적 50% 이상 지역에 BC결제망을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카드, SC제일은행, 전북은행 등 핵심 고객사가 이탈하면서 수익 악화가 예상되자 이에 대응해 자체카드 브랜드 '바로카드'를 출시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바로카드는 2021년 출시 이후 20종 이상이 발급됐고, 카드론과 리볼빙 등 금융사업 부문도 진행되고 있다.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도 성과로 꼽힌다. BC카드는 지난달 4일 국내 최초로 가드결제 연계형 NFT를 발행했다. 카드결제와 NFT를 연동시켜 카드 이용에 대한 혜택과 증명을 NFT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C카드의 NFT 사업은 카드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NFT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모기업인 KT가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만큼 모기업 KT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대표와 최 대표 모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음에도 연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곳 모두 실적이 부진했지만, 업황 악화의 영향인 만큼 연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KB금융 회장과 KT 대표이사가 교체된 점이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 대표의 경우 국내 전업카드사 가운데 실적 감소폭이 가장 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해외결제망 사업, 자체카드 출시 등 수익 악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