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 정탁 호(號), '4개 마술지팡이'로 시총 23조 기업 일궈낸다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으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 정탁 부회장·사진)이 '시가총액 23조'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2차전지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본격 나선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에 △매출 8조 8654억원 △영업이익 3572억원 △순이익 2205억원을 달성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수익성 평가의 척도가 되는 영업이익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그동안 사상 최대 실적으로 알려진 지난해 2분기(3206억원)와 비교해 11%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에만 636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에 앞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오는 2030년까지 시가총액 23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지난 4월 드러냈다.
이러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사업청사진은 '막연한 꿈'은 아니다.
올해 4월 시총 약 3조8000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80위권을 기록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시총이 9월25일 기준 약 13조원에 육박했다. 남은 목표 달성까지 약 10조원 남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를 7만7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올렸으며 하이투자증권은 4만8000원에서 10만원으로, 하나증권은 5만4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올리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효자 사업인 구동모터코아를 비롯해 △에너지 △철강 △식량 등 신(新)성장사업 분야에서 최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 '효자 사업' 구동모터코아 비롯 재생에너지·2차전지 등 新사업 성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표 사업인 친환경차 모터의 핵심 부품 '구동모터코아' 모빌리티(이동수단) 산업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구동모터코아는 전기차 모터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으로 고정자(Stator core), 회전자(Rotor core)로 이뤄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3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구동모터코아 총 353만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는 2026년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그룹 북미신(新)공장(HMGMA)에 차세대 전기차 전륜구동 모터코아 109만대와 후륜구동 모터코아 163만대, 2026년부터 2036년까지 현대차그룹 국내생산 전기차 후륜구동 모터코아 81만대를 각각 공급한다.
이번 계약까지 포함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현대차그룹과 체결한 구동모터코아 수주계약은 총 1038만대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340만대를 비롯해 플래그십 전기차용 250만대 등 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코아 공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렇듯 연이은 구동모터코아 수주 성공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모빌리티 분야 자회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자체 기술력과 인프라에 더해 모터코아 주재료인 포스코의 고품질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이 만들어 낸 시너지 덕분이라는 게 포스코인터내셔널측 설명이다.
아울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를 넘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전기차 시장의 무역장벽 위기를 해소하고 완성차 업체의 현지조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망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각 대륙 거점인 △중국 △멕시코 △폴란드 △인도 등에 2030년까지 구동모터코아 500만대 해외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미 지난해 3월 중국에 연간 90만대 생산 규모의 신규 공장을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다음달 준공 예정인 멕시코공장은 연간 150만대 규모 생산체제를 갖춰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친환경차 기업의 북미 생산기지를 공략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CIP(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상북도 포항시 해상에 풍력단지를 구축하는 '포항 해상풍력' 사업 협력에 본격 나섰다.
이어 같은해 9월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노르웨이 '에퀴노르'와 '친환경분야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울산광역시 연안 70km 해상에 15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50기를 설치해 총 750MW 규모인 세계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구축과 △저탄소 수소·암모니아 분야 공동사업 개발 기회 발굴 △해상풍력용 강재 공급망 구축 △액화천연가스(LNG) 모든 밸류체인(탐사-생산-저장-발전) 분야의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해상 탄소저장소 개발에 첫 발을 내딛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9월 초 미국 텍사스 주(州) 토지관리국이 주관하는 탄소포집저장(CCS)사업 국제입찰에서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대상 지역은 서울시 면적과 유사한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 인근 해상 578km2로 저장소 평가를 진행한 후 개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개발에는 시추, 플랫폼과 해저파이프라인 설치를 거쳐 수 십년간 저장소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수 있게 된다. 저장 가능한 탄소 용량은 6억t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연간 탄소배출량에 달하는 규모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미국은 지난해 제정한 IRA를 통해 CCS를 활용해 탄소를 감축하는 기업에 톤당 최대 85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으로 CCS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CCS사업이 가장 활발하며 현재까지 탄소배출 감축만으로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CCS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1990년대부터 해상가스전(田)을 개발하며 축적해온 경험과 역량을 꼽을 수 있다. 해저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가스전 사업과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CCS사업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에 따라 가스전 사업을 수십년간 운영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강점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차전지 원료 조달의 플랫폼 역할에 본격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8월28일부터 9월2일까지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를 방문해 '흑연 공급망 구축 MOU' 2건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8월28일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에서 캐나다 광업회사 '넥스트소스'(NextSource)와 '몰로'(Molo) 흑연광산의 공동 투자를 위한 MOU를 맺었다. 이에 따라 몰로 광산에서 생산되는 인상흑연(연간 3만t 또는 구형흑연(연간 1.5만t)을 10년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어 9월1일에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두번째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블랙록마이닝(Black Rock Mining)사의 증자에 참여하고 천연흑연 구매권한(Off-take) 수량을 연간 6만t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물자원 확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에 체결한 MOU 2건으로 연간 약 9만t의 인상흑연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신사업 확대 위해 임직원 아이디어 적극 활용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본사와 해외주재원 약 1800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사업 공모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미래를 이끌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데 임직원 목소리를 직접 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말까지 신사업 공모 접수와 평가를 진행한다.
제출된 임직원 아이디어는 △1차 서류평가 △2차 프레젠테이션 평가 △1년간 사업 인큐베이팅(사업 보육 프로그램) △최종평가를 거쳐 회사를 빛낼 미래 사업으로 정한다.
최종 선정된 신사업 아이디어는 '사내사업화'(인하우스) 또는 '분사창업'(Spin off·스핀 오프) 형태로 추진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사내사업화로 추진되면 독립적인 조직을 구성해 사내독립기업(CIC)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특히 사내사업화로 제안한 사업에 대한 이익도 해당 임직원과 나누는 이익 분배(Profit Sharing) 개념을 도입해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적 전문성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연결'하며 '완성' 짓는 종합사업회사 역량을 활용해 회사 미래 핵심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내사업화와 다르게 분사창업 형태로 신사업이 진행되면 포스코그룹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포벤처스'와 연계해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이와 함께 회사가 분사창업한 기업에 투자해 사업적 연계성을 높이고 향후 분사 기업과 공동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아이디어 발굴 활성화를 위한 외부 전문가 강연과 전문가 코칭 프로그램도 지원해 제안된 아이디어가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에 실시하는 신사업 공모제도로 사업가형 인재 육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적극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 고유 조직 문화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기존 트레이딩 분야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모빌리티, 식량사업 분야에서도 실적호조를 낸 덕분에 창사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사업 공모제도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적극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 고유 조직 문화로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 지향적 사업에 집중 투자해 회사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