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바닥을 통과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내고 "현재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사이클은 자본적지출(CAPEX) 사이클의 상승"이라며 "지난 1년간 미국 설비투자는 4.6% 성장해 전체 경제 성장 2.6%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CAPEX에 편승하는 반도체와 자본재, 인공지능(AI) 등이 주도 업종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며 "반도체와 자본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연초 대비 각각 26%와 10% 올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이익 개선 4.0%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APEX 사이클은 우상향하고 있으나, 재고 사이클은 여전히 주식시장과 기업 실적에 부정적으로 남아있다. 일부 산업들에서는 재고 부담이 올해 들어 경감하고 있지만, 도매와 소매 채널에서 전반적인 재고판매비율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고판매비율은 재고가 늘어날 경우 높아진다.
김 연구원은 "재고 사이클과 동행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도 여전히 기준선인 50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기업들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회까지도 재고 부담을 토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고 부담은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 약화를 암시하며, 재고 사이클의 굴레에서 벗어난 매그니피센트7(애플 등 미국의 대형 빅테크주 7개)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순이익률을 아직 하강 중"이라며 "기업이익 개선 경로도 부익부 빈익빈 기조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상황은 부정적이지만, 올해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재고 사이클 하강이 멈출 수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ISM 제조업지수의 소순환 주기는 평균 44개월인데, 지난 저점은 2020년 4월로 연말연초면 지난 저점으로부터 정확히 44개월째가 된다"며 "통계적으로 바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 스프레드도 반등하고 있는데, 이는 재고출하비율에 2개월 선행한다"며 "아직 신규 주문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진 않지만 재고 지수가 감소한 영향이며, 해당 사실 자체는 재고 사이클의 반등 각도를 알려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바닥에 접근했다는 정황은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소비 심리도 나쁘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모멘텀(상승 동력)이 약화되긴 했지만, 소비자신뢰지수는 최근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소비 심리 개선은 상품 소비에 4개월 선행하며, 공교롭게도 연말연초 상품 소비가 견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연말 소비 강세는 누적된 재고 부담을 덜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기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지난 7월 중국 완성품 재고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라며 "아직 중국 수요가 확실히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 만큼 재고 부담 완화가 향후 사이클 상승을 보증하진 않지만, 최소한 미국 재고 사이클 바닥 통과 과정을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