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동원·하림·하팍로이드, HMM 인수 놓고 '동상이몽'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MM(옛 현대상선) 인수에 참여하는 예비입찰 기업이 LX그룹, 하림그룹, 동원그룹,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로 좁혀지면서 인수에 따른 각 기업의 시너지 효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물류 기업 LX판토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LX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국내 1위 벌크(건화물) 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등이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동원그룹 역시 동원로엑스라는 물류 기업을 통해 연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다른 그룹과 비교해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HMM 인수 여부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게다가 하팍로이드는 국내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국적선사 HMM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입찰 의사를 표출한 4개 기업 가운데 LX그룹과 하림그룹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돼 두 회사의 그동안 사업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MM를 인수하기 위해 입찰 기업들이 확보해야 하는 주식 물량은 총 3억9789만156주인 것으로 파악된다. 총 물량 가운데 1억9879만156주는 채권단(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이 보유한 보통주이며 이 외에 2억주는 채권단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모두 행사 했을 때 발행하는 주식이다.
이에 따라 HMM을 인수하려면 3억9000만여주 및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산한 가치인 약 8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LX그룹, 동원그룹 등은 재무적 투자자(FI)를 물색해 컨소시엄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림그룹은 이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 행보에 대해 별도로 노출된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 LX그룹, 한층 강화된 글로벌 포워더 기업으로 도약 꿈꿔
LX그룹의 HMM 인수가 현실화 된다면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LX판토스다.
물류기업 LX판토스 사업은 포워딩 사업과 W&D(화물 보관) 사업으로 나눠져 있다.
포워딩 사업은 화주로부터 위탁 받은 화물의 국제운송을 주선하고 중개하는 사업이다. 즉 운송 수단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 실제 운송 주체자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업무를 한다.
특히 LX판토스는 직접 대규모 선단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이미 다량의 컨테이너 운송을 맡아온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미국 물류전문 매체 트랜스포테이션토픽스(Transportation Topics) 자료에 따르면 LX판토스는 지난해 153만TEU((1TEU는 20피트(6M)짜리 컨테이너 1개) 규모 컨테이너를 운송해 글로벌 포워더 업체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대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 46개 법인을 기반으로 한 협력사 네트워크가 철저히 구비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이미 구비된 상황에서 HMM이 LX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 HMM 영업망과 해운물류 네트워크 그리고 LX그룹 영업망과 전세계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LX판토스의 해상운송 사업은 현재 △안정적인 선복(배에 화물을 싣는 공간) 확보 △물동량 확보를 기반으로 한 선사 협상력 △실시간 트래킹(추적)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HMM역시 이와 유사한 능력을 모두 갖춘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과의 협력으로 LX판토스 사업역량은 모두 한 단계 진일보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고객사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93만TEU 물동량을 처리해 글로벌 포워더 기업 5위를 차지한 독일 DB쉥커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LX판토스가 기존에 확보해 놓은 고객사 물량 상당부문을 HMM을 통해 운송하면 HMM역시 추가 매출 확대를 기대해 볼 만 하다.
■ 하림그룹, HMM 인수로 국적선사로 등극 기대
하림그룹 역시 지난 2015년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한 이래 수년 동안 벌크 운송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
팬오션은 지난해 1억t 규모 물량을 운송해 최근 한국해운협회로부터 ‘해운의 탑’ 상을 받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벌크 선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벌크 사업은 기본적으로 쌀, 밀, 철과 같은 원재료를 배에 실어 운반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단위인 TEU가 아니라 t단위로 운송 실적을 평가한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수송실적이 우수한 선사에 상을 수여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팬오션의 벌크 선사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역량 함께 HMM 인수가 현실화 된다면 하림그룹은 국내 1위 벌크 선사와 1위 컨테이너 선사를 모두 보유한 국적선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컨테이너 선사 역량과 벌크 선사 역량이 융합된다면 보다 유연하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컨테이너 선사는 컨테이너선을 활용해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와 같은 정기노선을 운용해 수익을 확보한다. 즉 일종의 '버스'와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벌크 선사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빠르게 화물을 운반하는 '택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HMM 역량을 활용해 많은 물동량이 오고가는 항구까지 화주 물건을 이송한 다음 팬오션 벌크선을 활용해 목적지까지 빠르게 전달하는 특급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2015년 JKL파트너스와 협력해 팬오션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이뿐 아니라 과거 2012년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 일부 사업 부문 NS마트를 매각할 당시 JKL파트너스의 재무적 조언을 통해 매각을 성공리에 마무리 했다.
이러한 우호적인 협력 관계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필요자금을 융통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있다.
국적선사 HMM 거취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