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증권가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최근 검찰이 키움증권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주가 폭락 주범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취급한 일부 증권사가 계좌개설부터 위험관리까지 업무 전반에 걸쳐 미흡하게 운영한 것으로 확인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8일 여의도 키움파이낸스스퀘어에 있는 키움증권 본사와 김익래 전 회장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주가 폭락 당시 거래내역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4월 대규모 주가 ‘하한가’ 사태 이후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 일당이 시세조종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과정을 규명하고, 이번엔 김 전 회장의 ‘폭락 직전 매도’ 의혹 규명 착수에 들어갔다.
금감원 조사에서 각종 위법 사항과 김 전 회장 등이 주가 급락일 직전에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대량매도한 다수의 매도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회장은 폭락 직전 보유 주식을 매도해 유일하게 이득을 얻은 것으로 지목돼, 주가조작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량 매도 폭락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를 블록딜(시간외매매)로 대량 매매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에도 키움증권에 대해 한 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해 CFD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에서 키움증권 전략경영실 임직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지난 6월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본인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현재까지 김 전 회장이 라씨 일당이 공모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김 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매도 과정에서의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이번 사태로 상실감을 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금감원은 또 전일 CFD 취급 증권사(13곳) 중점의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사는 키움증권과 교보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CFD 취급사 3곳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CFD 레버리지 과장 광고 △계좌 개설 시 실지 명의 미확인 △요약설명서 미제시 등 불합리한 영업 행태 등을 적발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매매 차액에 대해서만 현금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최소 40% 증거금으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해 고액 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4월 삼천리(004690)·서울가스(017390) 등 일부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를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증권사 임원 관계인은 주가 급락 직전 집중적으로 특정 종목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나왔다.
먼저 CFD에 대한 투자광고에서 CFD 상품의 레버리지가 2.5배가 넘는 것처럼 과장하고 사실과 다른 표현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에게 교부하는 핵심설명서에 투자위험을 실제보다 축소해 안내한 사례도 있었다.
현장 검사에서는 CFD 투자를 위해 전문투자자등록 후 CFD 계좌 개설이 필요한데, 일부 증권사는 비대면 CFD 계좌개설 시 본인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리스크 관리도 미흡했다. CFD 거래관리 종목을 유동성 기준에 따라 관리하는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거래량 기준을 주기적으로 수정하는 등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업실태 속 불건전 영업행위도 다수 적발됐다.
'A사'는 매매시스템 개발 업체에 마케팅 대금 및 수수료 수입 명목으로 140억원을 부당 지급했고 'B사' 임원의 특수관계인은 주가 급락일 전 특정 종목을 150억원 가량 대량 매도한 정황도 포착했다.
금감원은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5월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이 금감원장이 SG증권 관련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금감원 측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업무처리 미흡 사례는 적극 개선해 올바른 업무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시즌을 맞았다. 현재 KB증권과 하나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이 어닝시즌에 돌입한 만큼 주목할 점은 충당금 규모다. 올해 증권사들은 CFD발 하한가 사태는 물론, 장기화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업계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소폭 상승했으나 예년에 비해 높은 충당금과 해외 부동산 투자 경고등이 켜지면서 하반기에도 증권사 실적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개인거래비중이 상승한다 해도 당분간 CFD와 압수수색 등의 요인으로 키움증권의 점유율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방어적인 측면에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 실적의 경우 CFD 충당금 518억원,기업금융(IB) 투자자산 손상차손 430억원, 사모펀드 고객 보상금 533억원 등을 인식하며 4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