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7.11 07:03 ㅣ 수정 : 2023.07.11 09:06
코스피, 연초 대비 상반기 14%대 상승 증권사들, 하반기 밴드 줄상향 잇따라 하반기 긴축 우려 신중론도, 변수 없나 하반기 선호업 다양, 반도체 공통 지목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예상을 깨고 성장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이러한 상승 흐름을 타고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상반기 우리 증시는 2차전지와 반도체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하반기 시작과 함께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최상단 3,000선까지를 바라보고는 등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투자자들은 증시가 하반기 상승 랠리 기대감에 관심을 떼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5월 '셀인메이(Sell in May·5월에는 주식을 팔아라)' 징크스를 깨고 6월 들어 2,600선을 돌파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우리 증시를 압박했던 긴축 우려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뚜렷한 방향성이 정해질 거란 가능성을 내다봤다.
■ 코스피, 연초 대비 상반기 14%대↑…증권사들, 하반기 밴드 줄상향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2,560선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하반기에도 지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6월 30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56% 오른 2,564.28에 장을 닫았다.
올 상반기 코스피·코스닥지수 모두 두 자릿수 상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코스피 마지막 거래일에 2,236.40에 장을 마감했으나, 이날 2,560선까지 올라서며 연초 대비 14.66%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다. 이들은 상반기에만 12조2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조8867억원, 9조95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증시가 7월에는 소강상태를 보인 뒤 반도체 업황 회복을 비롯해 2차전지와 제조업, 경기 민감주 등에서 회복세를 보이며 지수를 밀어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증권가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에 대한 기준치를 올려놓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밴드 눈높이를 최고 3,000선까지 열어놓은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전망치다.
KB증권 역시 2,920선을 하반기 최고치로 잡았다. 이어 메리츠증권·IBK투자증권은 2,900선을,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은 2,800선을 상단 밴드로 정했다.
이밖에 코스피 최상단으로 △대신증권 2,780선 △현대차증권 2,760선 △NH투자증권·삼성증권·하이투자증권 2,750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은 2,700선 수준으로 제시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승한다"며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진행될 여지가 있어,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의외의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 하반기 긴축 우려에 신중론…3분기 이후 ‘박스권’ 불가피
국내 증시의 하반기 전망에서 신중론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하고 하반기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미국발 돌발 변수가 남았다는 이유다. 아직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2,380~2,780선을 제시했으나, 제한된 박스권에 머물며 등락할 것이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주식시장이 매크로 변수의 영향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상승폭과 하락폭이 모두 한정된 박스권 등락을 예상한다며 현 지수와 비교 시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감,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둔 기대감 속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3분기까지는 차별적 반등을 예상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선진국발 경기둔화 우려로 주식시장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선호 업종 다양…유망 업종 공통으로 ‘반도체’ 지목
증권사들의 선호 업종도 다양하다. 대부분 증권사가 국내 기업 실적이 바닥을 다졌다고 보고 하반기 증시 상승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상반기 대부분 기업이 어닝 쇼크를 내며 바닥을 확인한 만큼,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대체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뽑은 하반기 유망 업종은 반도체였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플랫폼과 바이오 등 성장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코스피의 하반기 주도 업종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을 꼽았고 코스닥에서는 로봇과 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등을 지목했다.
NH투자증권은 반도체와 조선, 헬스케어 등을 추천했고 신한투자증권은 IT(정보통신기술)와 헬스케어, 엔터·레저 등을 점찍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추천했다. 실제로 외국인 수급이 반도체와 자동차 섹터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수출 호조 등 이익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KB증권은 실적 장세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는 경기민감주 선호를 유지한다며, 투자 경기민감주(중간재)인 반도체(IT소부장)와 산업재(기계·조선·상사 등)를 소비 경기민감주에 비해 더 선호했다. 비중확대 업종은 기계와 운송이었다.
키움증권은 IT와 항공·방산 등 자본재, 전선·인프라 등 기계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연초 강세를 보였던 업종들의 모멘텀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조정 국면에서도 업종 간 성과 차별화가 나타날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5월부터 실적장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실적 장세에서는 랠리가 진행돼 보통 두 차례의 조정이 나타난다”며 “1차 조정은 올 여름에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이런 조정 이후인 늦여름 정도부터는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반기 변수는 ‘긴축’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이슈는 미·중 관계와 무역 갈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하반기 가장 큰 변수다.
연준은 지난해 고강도 긴축 끝에 지난 6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고용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추가 금리 인상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7월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얼마나 더 인상할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리 인상폭이 커질수록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다수가 올해 2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 예측”이라며 “인상 시기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6월 FOMC 이후 긴축 기조가 강해지면서 잠시 조정 압력에 노출됐으나, 하반기까지 증시 약세가 계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긴축 효과가 경제 전반에 퍼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존재한다”며 “하반기까지 지속될 긴축적 환경은 기업·가계 부실을 점차 누적시킬 수 있고, 이런 우려감은 크레딧 스프레드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삼성전자 ‘7만선’ 무너졌어도…여전히 ‘장밋빛 전망’
증권가에서는 올 3분기부터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가 다시 9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특히 올 상반기 삼성전자에 몰린 외국인 투자금은 1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모든 코스피 종목(940개)을 대상으로 집계한 외국인 순매수액(14조7430억원)의 약 82%다.
지난 한 해 총 8조7150억원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도량의 약 1.4배를 다시 사들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연초 49.7%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말 기준 52.8%로 약 3.1%포인트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주가도 올 상반기에만 약 31% 올랐다.
우리 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431조1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0조8890억원 증가했다.
당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2분기 실적 발표로 한 달 반만에 ‘7만전자’가 무너졌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급감하는 등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바닥을 지나 하반기부터는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9만전자’를 내다봤다. 전반적인 감산 및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들어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이 1분기보다 줄어들면서 바닥을 찍고 개선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3분기부터 공급 축소와 수요 회복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D램 평균판매가격 상승 시점이 더 일찍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