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7.11 05:00 ㅣ 수정 : 2023.07.11 05:00
2분기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14년만에 최저 3분기, 메모리 감산과 신형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실적 회복 가능성 커져 오는 26일 '갤럭시 Z5 시리즈' 언팩 개최해 '신작 출시 효과' 기대 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 아이폰15 시리즈에 패널 공급도 호재 키움·신한투자증권,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3조7000억원대로 예상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하반기에는 2분기 부진을 씻고 도약하는 발판을 만든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최악이라는 경영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2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60조원과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매출은 5.88%, 영업이익은 6.25%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2.28%, 영업이익은 무려 95.74% 급감해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영업손실 7400억원을 기록한 2008년 4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잠정실적인 만큼 사업부별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58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조~4조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실적은 더 내려갈 곳이 있을까 싶을만큼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를 둘러싼 전망은 ‘맑음’이다.
이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는 삼성전자 2분기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매출 61조8907억원과 영업이익 2714억원으로 점쳤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역대 최악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에 따라 신형 스마트폰 출시 등 향후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3분기에는 영업이익 다시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메모리 감산과 이에 따른 재고 개선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 반도체업체들이 일찍부터 감산을 결정했지만 나 홀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분기 ‘공포의 어닝쇼크’를 마주한 후 사실상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B/G(비트 단위로 환산한 DRAM(D램) 생산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에 AI용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차세대 D램 제품이며 저전력 더블 데이터 레이트(LPDDR)5는 첨단 모바일 D램이다.
그는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며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시험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 공급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메모래 생산량을 조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시장에서 빠르게 나타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결정으로 메모리 반도체 D램 평균판매가격 하락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0∼5%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이 1분기 대비 13∼18% 수준으로 예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낙폭이 크게 축소됐다. 게다가 특정 모바일 D램 품목은 3분기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트랜스포스는 “D램 공급 업체의 지속적인 감산으로 전체 D램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공급 업체의 재고 압박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감산에 따른 재고 개선 효과는 2분기부터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 출하(수요)량이 전분기 대비 D램은 10%대 중반, NAND(낸드)는 한 자릿수 중반대 증가를 예측했다. SK증권도 D램과 낸드 모두 기대를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D램 예상 대비 출하량은 예측치와 비슷하고 평균판매단가는 예상을 밑돌았다"며 "낸드 역시 예상 대비 출하량은 웃돌았고 평균판매단가는 예상치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또 "이에 따라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한 메모리 재고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도 같은 분위기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D램 출하량이 추정치를 웃돌아 매출액 증가와 적자 축소로 이어졌다”며 “국내외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및 실적 방향성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가 모바일 부문에서 계절적 성수기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갤럭시 Z5 시리즈’의 언팩(공개행사)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플래그십 폴더블폰 언팩 행사는 일반적으로 8월 중순에 열렸지만 올해는 2주나 앞당겨 실시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신작 출시 효과를 더욱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게다가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55% 증가한 198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맞물려 삼성전자 갤럭시 Z5 시리즈의 성공적 판매에 기대감을 높인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마찬가지다. 모기업 삼성전자 실적에 반영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15 시리즈 전 모델에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 프로 패널만 70% 이상 공급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14 시리즈 흥행에 6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호조가 기대된다.
이 같은 요소를 종합하면 업계는 올해 3분기가 삼성전자가 턴어라운드(실적개선)을 일궈내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3분기 예상 실적을 매출액 67조7000억원과 영업이익 3조7000억원으로 예측해 특히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12% 대폭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삼성전자가 3분기에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돼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 실적에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조만간 출시를 앞둔 갤럭시 Z5 등 실적 반등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에 따른 변수가 있을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