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7.18 07:40 ㅣ 수정 : 2023.07.18 07:40
멀티에셋자산운용 18일 홍콩 빌딩 조성 펀드, 상각 예정 증권업 신용 전망 부정적...한신평, 하반기 실적 가변성↑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그간 답답했던 국내 증시 상황이 최근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증권사들의 여러 가지 리스크가 연달아 터지며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GS건설(006360) 사태로 다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지난해 CJ CGV(079160)가 전환사채(CB) 발행에 실패함에 따라 여러 증권사들이 실권 물량을 떠안게 돼서다.
여기에다 최근 증권사들이 4년 전 저금리 시기에 홍콩의 한 랜드마크 오피스빌딩에 빌려준 2800억원 규모를 대부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까지 고조되는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산하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대출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의 80∼100%를 상각할 예정이다.
상각이 결정되면 연 5% 수익을 원한 법인 등 투자자들은 90% 안팎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상각 금액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며 아직 최종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부실 관련 긴급 점검에 나선다. 금감원은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오는 20일 간담회를 연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부실 관련 사항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해 놓은 것들이 많은데 그간에도 한 번씩 모여 시장 동향을 공유해 왔다"며 "이번 홍콩 빌딩 투자 손실로 인해 증권사들도 각자 점검하겠지만,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중순위(메자닌) 대출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대출해 줬다.
미래에셋증권은 2500억원어치 펀드를 조성해 국내 기관들에 판매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자체 자금으로 200억∼400억원씩을 투자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과 우리은행 초고액 자산가들도 투자했다.
펀드 운용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는데, 운용 측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상각할 예정이다.
보증을 섰던 건물주 골딘파이낸셜홀딩스의 최대주주 판수통 회장이 파산하고, 금리 인상 등으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면서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빌딩 매각에 나섰고, 이들은 원금을 회수했다. 반면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투자액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평가손실 인식에 따른 손익 변동성 확대,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GS건설 전면 재시공 결정 등 채권시장이 자극될 만한 이슈들은 타 금융업종 대비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업에 대해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고 신용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브릿지론, 부동산 PF, 해외대체투자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 저하 수준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장단기 미스매치 운용의 위험이 상존하며 업체별 차별화도 지속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실적 가변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평은 IB(투자은행) 부문은 PF 신규 딜 감소와 브릿지론 차환 어려움으로 실적 감소를 예상했다.
한신평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져가 높은 업체를 중점 점검할 예정이며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 부동산 PF 관련 부실위험이 높은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금리 및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이익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거나 투자자산 부실화 발생 등 리스크 관리의 미흡이 나타난 업체는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