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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92)

‘DX KOREA 2024’ 주관사 선정 놓고 갈등하는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 쟁점의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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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7.12 08:17 ㅣ 수정 : 2023.07.20 08:30

양측이 서로 상처 보듬고 상호 이익되는 길 찾아 K-방산 상승세에 도움 되는 행사 기획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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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KOREA 2022’ 행사 당시 ‘DX KOREA 2024’ 전시회 참가사 모집 홍보 부스 전경. [자료=(주)디펜스엑스포]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2014년 시작된 지상무기 중심의 국제 방산전시회인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이 주최 측인 ㈔대한민국 육군발전협회(이하 육군협회)와 지금까지 5회의 전시회를 주관해온 ㈜디펜스엑스포(이하 엑스포) 간 갈등으로 인해 소송전에 휩싸이면서 내년도 9월 4일로 예정된 ‘DX KOREA 2024’의 정상적인 개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4월 육군협회는 엑스포 측에 주관사 계약 종료를 일방적으로 알린 뒤 내년 전시회의 이름을 ‘KADEX 2024’로 바꾸고 일정도 ‘DX KOREA 2024’ 개최 기간 이후로 변경해 주관사 모집공고를 나라장터에 게재했다. 이에 엑스포는 지난 3일 육군협회의 주관사 선정 입찰 진행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업주관사 지위 확인을 위한 소송’과 함께 ‘공고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2024년 전시회 개최 주관사 선정 놓고 상호 체결한 협약서 해석 차이로 갈등

 

육군협회와 엑스포 측은 그동안 2024년 전시회 개최의 주관사 선정을 놓고 상호 체결한 협약서의 해석상 차이로 갈등해왔다. 육군협회는 오는 11일까지 주관사 제안서를 받고 18일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엑스포 측은 전시회 인증은 물론 행사 예산도 없이 기존 주관사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분명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1일 체결한 부속협약서에 따르면 주관사 계약이 내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는 것이다.

 

당시 부속협약서 10조(협약서의 효력 발생 및 유효기간)에는 ‘본 협약서는 쌍방이 서명한 날로부터 발생하며 유효기간은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육군협회 관계자는 “작년 2월 맺은 공동협약서는 2022년 전시회 행사 대행사로 한정된 것”이라며 “부속협약서에 2024년 말로 돼 있는 것은 그동안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정산 기한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동협약서의 부속협약서 성격인 이 문서의 제목이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개최에 관한 업무 협약서’로 2022년 전시회로 한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동협약서는 부속협약서를 체결하고 5일이 지나서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개최에 관한 협약서’란 제목으로 만들어졌다. 즉 부속문서가 먼저 만들어진 후 본 문서에 2022년이 포함된 것이다. 또한, 정산도 전시회 종료 후 1달 이내에 이루어져 2024년까지 기한을 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엑스포 측은 주장한다.

 

이상한 점은 또 발견된다. 계약 유효기간을 2024년 말까지로 이해한 엑스포 측은 ‘DX KOREA 2022’ 당시 2024년 행사 참가 부스를 설치하고 후속 행사를 홍보했으나, 육군협회의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육군협회와 함께 구성된 조직위원회 명의로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4 사전 참가신청 공지’ 공문도 업체들에게 발송했는데, 이 공문에는 육군협회 사무총장 직책과 이름이 명기된 상태에서 조직위원회 직인이 찍혀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과거 정황을 통해 상식적으로 판단해보면 지난해 전시회 당시만 하더라도 육군협회는 엑스포 측에게 2024년 전시회까지는 주관사의 권한을 주는 것으로 사실상 생각했던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현재 육군협회와 엑스포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지는 이번 소송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육군협회가 엑스포의 주관사 지위를 해지할 권한 갖는 단체인지도 의문

 

게다가 주관사 계약 유효기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군협회가 엑스포 측의 주관사 지위를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단체인지도 의문이다. 엑스포 측은 최초 설립 당시 지상무기 체계 중심의 전시회를 구상하고 육군 관계자들과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육군은 영리법인의 행사를 직접 지원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비영리 법인과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기획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에 엑스포 측은 비영리 법인 가운데 육군협회를 선택한 후 상호 협의를 거쳐 ‘DX KOREA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구성하고 전시회 준비에 들어갔다. 이때 육군협회를 주최사, 엑스포를 주관사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주관사는 예산 투자 및 집행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되 육군협회는 명칭 사용을 허락했다. 또한, 전시회의 명칭·로고·디자인·도안·홍보물 등의 판권 및 소유권은 전시회가 개최되는 한 육군협회와 엑스포 측에 공동 귀속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후 전시회 개최와 관련된 모든 협의와 결정은 조직위를 통해 이뤄졌고 육군과 접촉 및 협의도 조직위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직위는 육군협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엑스포 대표가 운영본부장을 맡아 모든 예산 조달과 집행을 총괄했다. 5번의 전시회가 모두 이렇게 진행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육군협회와 엑스포는 조직위를 통해 전시회 개최를 공동으로 추진해온 핵심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계임에도 최근 육군협회 관계자는 “그동안은 협의에 따른 수의계약 형태로 주관사를 정했지만, 이제는 K-방산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행사도 더 규모 있게 키우기 위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며 “엑스포 측도 공개입찰 공모에 참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함께 발전시켜온 상대를 단순한 행사 대행사로 보는 것은 육군협회가 엑스포 측과의 주관사 계약이 2022년으로 종료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관계로 보면 지금 벌어지는 상황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한편, 지난 10일 (사)한국전시주최자협회는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한 결과, 킨텍스 측에는 유사전시 개최 동의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육군협회에도 회원사 보호 차원에서 전시회 명칭의 중복시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굳이 전시회를 희망한다면 개최연도를 이격해서 실시토록 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조만간 발송할 예정이다. 

 

육군협회와 엑스포 양측은 미우나 고우나 10년 가까이 방산전시회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해온 사이다. 그동안 서로 쌓인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 없으나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해보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육군협회가 기부금을 더 얻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주관사 교체를 시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엑스포 측이 제기한 ‘공고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인용이 나오면 ‘DX KOREA 2024’까지는 엑스포 측이 주관사가 되며, 그렇지 않으면 육군협회가 현재 추진하는 대로 다른 주관사가 선정돼 새로운 이름의 전시회가 진행될 수 있다. 혹시라도 부분 인용이 나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고, ‘사업주관사 지위 확인을 위한 소송’도 시작된 상황이라 모양새는 좋지 않다.

 

지금처럼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려 결국 소송전에 돌입한다면 육군협회나 엑스포 양측 모두 좋을 것이 없다. 육군에서도 소송 중인 상대들과 내년도 전시회 개최를 협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양측이 이러는 사이에 이곳저곳에서 우리가 지상무기 전시회를 따로 준비하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제라도 양측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 K-방산의 상승세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잘 기획해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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