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89)] 수입절충교역 성과 있으려면 범정부 차원의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 사전에 마련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4.24 08:43 ㅣ 수정 : 2023.04.28 19:40

현재처럼 사업 발생 시 절충교역 추진하면 본 사업 지장 초래하고 실익 별로 없어 적용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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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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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탄소산업 국회포럼’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3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보잉과 ‘첨단무기체계 공동연구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양측이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미래 전장을 주도할 첨단무기체계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방산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으며, 향후 계획된 무기체계 도입사업의 수입절충교역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수입절충교역’이란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 일정한 반대급부를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말한다. 이때 구매하는 무기와 관련된 기술 이전 및 부품 수출 또는 군용물자와 관련된 창정비, 인증, 공동연구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해외업체에 요구하게 되는데, 이런 요구내용을 담은 것이 ‘절충교역 협상방안’이다. 

 

절충교역 발전시키려는 노력 엿보이나 의무 적용 완화 움직임도 감지돼

 

방사청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공동연구개발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절충교역을 새로운 형태의 산업협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동환 방사청장은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방산중소기업들이 첨단무기체계의 초기 개발단계부터 보잉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방사청이 수입절충교역을 새롭게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충교역 의무 적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현행 방위사업법은 수입절충교역 추진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개정을 추진 중인 법률안에는 ‘∼할 수 있다’라는 선택적 표현이 담겨 있다. 아직 법률안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의무 적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작동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14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F-35A 20대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추가 도입하는 3조 7500억원 규모의 ‘F-X 2차 사업’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는데, 이때 수입절충교역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와 계약하는 FMS 방식은 비경쟁 상황이어서 절충교역을 적용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절충교역 과장을 역임한 김종출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전문위원도 “비경쟁 환경에선 협상력이 제한돼 절충교역 적용 시 본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역기능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면서 실제로 F-X 2차 사업은 물론 대형기동헬기-Ⅱ 사업도 수입절충교역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F-35A·AH-64E 성능개량,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도 FMS로 추진 중이어서 적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사전가치축적 정착되려면 우리가 협력 원하는 내용 미리 외국에 알려야

 

문제는 FMS 방식이 미국 무기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간 미국 무기수입은 30.6조원인데, 이중 FMS가 24조원으로 80%에 육박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FMS 사업도 포함해 절충교역 규모를 늘리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을 마련한 다음, 무기구매 사업과 무관하게 사전가치축적 제도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방사청은 2018년에 기본사업과 무관하게 선행적으로 수입절충교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전가치축적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 보잉과 공동연구개발을 절충교역 기반으로 추진한다는 것도 사전가치축적 제도를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해외업체의 사전가치축적 활용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충분한 협상기간 확보와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사전가치축적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해외업체들이 우리나라가 수입절충교역을 통해 협력하길 원하는 분야와 품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 수준을 뛰어넘는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통해 해당 분야와 품목이 검토·확정되고 이를 종합한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이 사전에 해외업체들에게 제시돼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탄소산업 국회포럼’에서는 탄소복합재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수입절충교역을 활용한 국산 탄소복합재 해외인증 획득방안이 제기됐다. 당시 발표한 김성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수석매니저는 “소재 인증은 해외업체가 가장 꺼리는 절충교역 형태”라며 “가치승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지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일 범정부 차원의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이 사전에 만들어지는 분위기였다면 이렇게 식별된 제안들이 검토 과정을 거쳐 협상방안 리스트에 오르고 해외업체들에게도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면 해외업체 입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어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어떻게 협력하길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협력 방안을 찾아 먼저 제시할 수도 있다.   

 

방사청, 산업부와 함께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현재는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한국 정부가 수입절충교역을 통해 협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해외업체들이 사전에 알기 어렵다. 그러다가 구매사업이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절충교역 협상을 추진하고 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단기간에 마무리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니 무기를 구매하면서도 협상의 주도권을 오히려 해외업체에게 내주는 상황이 초래되고 만다.

 

이런 연유로 방사청 절충교역과는 본 사업 추진에 발목이나 잡는 부서로 인식돼 모두가 근무하길 꺼리게 됐고, 일각에서는 “가급적 절충교역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종출 전문위원은 “국가적인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협상력이 부족하고 기본계약 가격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절충교역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방사청 절충교역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들도 정부가 5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외국자본 및 기술도입,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정책을 펼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첨단기술 기반의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정례적인 수출진흥확대회의를 통해 철저한 점검 및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했던 것처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방사청이 산업부와 함께 ‘통합 절충교역 협상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 가능성이 있는 국내 기술, 해외인증 확보가 필요한 소재·부품부터 파악하고 국제 공동연구개발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행 절충교역 제도 및 지침을 보완하되, 협상방안이 마련되면 해외업체에 홍보하고 사전가치축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방사청과 산업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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