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87)] 경쟁 속에서 성장하는 우주항공·방산 분야 탄소복합재 소재 산업에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3.15 12:54 ㅣ 수정 : 2023.03.16 08:32
기술력 있는 일부 업체의 자체 노력 돋보이나 해외인증 애로, 적용 이력 부족 등 문제 남아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6일 ‘제4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한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창양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우주항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K-방산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만큼 필수 소재인 탄소복합재의 내재화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 산업부, 우주항공·방산 분야 탄소복합재 소재 개발 관련 정책적 지원
탄소복합재는 기술 장벽이 높아 일본, 미국 등 소수 국가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데다,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조달이 쉽지 않다. 이날 산업부는 ①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② 민간 생산능력 확충, ③ 탄소복합재 활용 촉진 등을 핵심 축으로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와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먼저 고성능 탄소복합재 기술 자립화와 반값 탄소섬유 개발에 2030년까지 총 185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세계 3번째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고강도 탄소섬유(인장강도 6.4GPa)는 2025년까지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초고강도(인장강도 7.0GPa), 초고탄성(인장탄성률 588GPa) 탄소섬유는 2028년까지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국산 탄소복합재가 신뢰성 부족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부는 국제인증(美 NCAMP) 취득비용을 1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트랙 레코드(적용 이력)를 쌓도록 무기체계 개발 시 국산 탄소복합재를 적용하는 프로그램인 ‘방산소재개발 지원사업’을 2023년부터 시범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 방사청, 2021년부터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소재개발 지원사업도 신설
이와 관련, 지난달 16일 방사청은 서울 코엑스에서 ‘2023년 방위산업육성 지원제도·사업 통합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23∼′27 방위산업발전 기본계획’ 발표에서 소재-부품-무기체계로 이어지는 방산 공급망 역량 강화를 위해 ‘방산소재 전주기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국방중소·벤처기업 지원시책’ 발표에서 소재업체의 개발 역량 강화부터 개발·실증 및 활용까지 지원하는 ‘방산소재개발 지원사업’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주항공·방산 분야에서 소재 산업이 점차 부상하고 있고 특히 탄소복합재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탄소복합재 관련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이 제품을 만들려면 ‘실’에 해당하는 ‘탄소섬유’와 탄소섬유에 기능성 합성수지를 함침(含浸)해 만드는 ‘천’인 ‘프리프레그’가 필요하다. 발사체 및 유도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려면 탄소섬유와 프리프레그 제조기술을 보유하거나 외국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유도무기를 오랫동안 독점 생산해온 한국화이바는 탄소섬유와 프리프레그를 수입해서 관련 부품을 만들어왔다. 그러다가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따라 발사체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 증대로 업계의 참여 요구가 제기되고 국방과학연구소 내에서도 업체 다변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21년부터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유도무기 분야에서는 현재 한국화이바, 한국카본, 코오롱데크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렇게 경쟁체제를 도입함에 따라 가격 인하와 성능 향상 등의 유인 효과가 점차 나타나는 분위기이다. 경쟁 업체 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업체인 효성이 유도무기에 사용되는 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한국카본은 이미 프리프레그를 자체 생산하고 있어 해외인증만 받으면 수출 경쟁력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 일부 업체의 자체 노력 상당하나 해외인증 등 문제 정부 지원 필요
더구나 한국화이바는 세계 최고의 소형무인기 제조업체인 미국 ‘AeroVironment’의 글로벌 공급망에 부품 납품을 목적으로 업무 협약을 곧 체결할 예정이고, 한국카본은 이스라엘 ‘IAI’로부터 G-280 꼬리날개를 수주해 제작 중이며 자체 개발한 프리프레그의 해외인증도 추진하는 등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데크의 복합소재 제품 또한 국내업체인 ‘이노스페이스’의 초소형 발사체에 적용돼 브라질에서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와 같이 방산 소재 분야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특히 탄소복합재의 경우 위성발사체, 유도무기, 무인기 등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의 남다른 노력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경쟁체제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이며, 다음 주 관련 학계, 산업계, 정부기관 관련자들이 참여하는 국회 포럼이 이헌승 의원 주관으로 계획돼 있어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무기체계 발전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포럼은 K-방산시대를 맞아 국산 탄소복합재의 우주항공·방산 산업 적용 방안과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 관문인 해외인증을 위한 국가정책 지원방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국산 무기체계의 해외의존을 타개하고 국산 소재 활용을 확대하려는 이런 노력이 쌓이면 조만간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는 국내업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항공·방산 분야 해외인증 및 적용 이력 문제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