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90)] 방산원가제도 개선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5.11 16:40 ㅣ 수정 : 2023.05.11 16:40

제비율 산정기준 개선하고 방산수출보전비, 물가 변동 조정, 지적재산권 평가 등 반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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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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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이른바 ‘전쟁특수’ 효과로 최근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방산업계는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은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방산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기거래 시장이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방산 강국들은 자국의 방위산업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맞춤형 방산육성 정책과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방산 생태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고질적인 방산원가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2019년 추진을 시도한 ‘표준원가’처럼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길 호소하고 있다.

 

방위산업, 일반 제조업보다 매출원가율 높아도 영업이익률은 낮아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수한 분야로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와 소수의 과점 및 독점적 지위의 공급자인 방산업체로 구성된다. 즉 방위산업은 정부만이 유일한 수요자로 일반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특수사양의 제품인 무기체계를 정부의 주문에 따라 일종의 주문가 생산 방식으로 공급해 민간의 시장 논리를 단순 적용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이로 인해 방산물자 계약은 대부분 소수의 특정 방산업체 간 경쟁입찰을 거쳐 사후에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인 개산(槪算)계약 위주로 이뤄지는 구조이며, 실제 발생하는 원가자료를 근거로 정부와 협상을 통해 최종 계약금액이 결정된다. 따라서 정교한 원가계산이 중요하며, 방산원가는 군이 수요자인 각종 무기체계의 구매가격을 결정해주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 영역에서는 ‘원가’가 절감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방위산업 영역에서는 원가를 절감하면 방산업체 매출과 이윤이 감소하는 ‘역진성(逆進性)’이 발생하게 된다.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이 상승해야 이윤이 증가하는 구조라서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할 하등의 동기 유인이 없는 상태임에도 정부로부터 원가절감 압박을 받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발간하는 ‘방위산업 경영분석’ 자료와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비교하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반 제조업 대비 방위산업의 매출원가율은 5.6∼7.6% 높고, 영업이익률은 50% 이하로 낮으며, 부채비율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원가율이 높으면 매출액이 높아져 영업이익률도 상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제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것은 그만큼 현행 방산원가제도가 적정수준의 영업이익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방산업체들은 원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문제 몇 가지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재무자료로 제비율 산정하고, 방산수출 시 원가 보전 어려워

 

먼저 간접원가에 해당하는 제비율 산정기준의 문제이다. 제비율이란 간접원가를 계산하기 위해 산정되는 비목별 배부율을 말한다. 이때 산정기준이 당해연도 원가구조와 다른 2∼3년 전 자료를 적용한다. 일례로 2023년의 제비율 산정기준은 2020년과 2021년 재무자료를 각각 4:6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값을 적용한다. 이러한 후행적 원가산정 방식은 최근 조업도가 낮으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과감한 연구개발 및 사업 투자가 제한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적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직전년도 기준으로 100% 반영하자는 주장과 함께 직전 2개년 또는 3개년의 적정 반영 비율을 검토해 지표의 정확도를 높이자는 얘기가 나온다. 방산원가 분야의 전문가인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는 “직전 2개년을 3:7로 반영하거나 직전 3개년을 2:3:5로 반영하는 구조로 개선해 계수의 적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비율 산정기준의 또 다른 문제는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다. 방산업체가 투입한 비용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간접비 배부율을 산정한다. 따라서 수출 물량이 없는 경우 내수 물량에서 전액 보상을 받지만, 수출 물량이 발생하면 투입 비용이 수출 물량에도 배부되기 때문에 내수 물량의 단위당 단가가 낮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수출가격 산정 간 배부된 금액만큼 반드시 원가에 반영돼야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투입된 전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11년 12월 말까지 제비율 간접비 항목에서 감가상각비,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에 대해 방산수출보전비 제도를 시행하다가 현재는 감가상각비 항목만 이 제도를 적용 중이다. 따라서 내수가격과 수출가격 간의 합리적인 배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방산수출보전비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방산수출보전비 제도를 확대 적용할 경우 수출 가격경쟁력 강화와 함께 정부 예산절감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방산수출 증가로 인한 내수 물량에서 가격하락분은 일정 부분 내수가격에 보전함으로써 원가절감에 대한 혜택이 자연스럽게 정부 및 방산업체에 이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 변동 반영한 조정과 소프트웨어·지적재산권 등 적정 보상 애로

 

이외에도 방산물자 계약에 있어 물가 변동으로 100분의 3 이상이 증감한 경우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방산계약 규칙 제4조의 2)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금액이 증가한 경우 수정계약이 거의 어렵고, 감소한 경우 정산해 반납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방산원가 이윤율의 상한이 있어 혁신에 대한 보상 수준이 낮고, 특히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성과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의 핵심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에 대한 원가 반영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비율 항목에 IP를 포함해 근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품목은 원가로 반영해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업체가 자체 투자한 IP라면 예외로 해당 업체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방위산업을 첨단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수출을 확대해 나가려면 방위사업청이 나서서 합리적인 방산원가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9년 표준원가 개념을 도입하려다가 실패한 경험을 거울삼아 현행 원가제도에서 제기되는 불합리한 문제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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