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빛난 조원태 리더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도 위력 발휘할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위기 해결사의 능력 이번에도 발휘한다'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47·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항공 리더’로 선정돼 최근 전 세계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그룹 회장에 선임돼 '조원태 체제'를 만들어 가던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모두 침체된 가운데 조 회장은 대한항공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회사 수익을 일궈내는 리더의 능력을 입증한 조 회장은 ‘올해 항공업계 리더’라는 월계관을 썼다.
그리고 그는 최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또다시 직면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각국 경쟁당국이 제동을 걸며 난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조 회장이 과연 합병을 무사히 끝내고 그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발휘할 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일 튀르키예(옛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열린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TW)’ 시상식에서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ATW는 세계적인 항공 전문매체로 지난 1974년부터 49년 동안 소속 편집장들과 애널리스트들로 꾸려진 글로벌 심사단이 해마다 각 분야 최고 항공사·인물을 선정한다.
조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 스카이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대한항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도 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리더로서의 능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사실 그의 뛰어난 리더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증명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ATW ‘올해의 항공사(Airline of the Year Award)’에 선정됐다. 올해의 항공사 상은 '글로벌 항공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릴 만큼 공신력 있는 상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또 2022년 ‘올해의 화물항공사상’을 받았다. ATW는 코로나19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였지만 대한항공은 화물운송 노하우와 뛰어난 서비스 품질을 기반으로 화물 부문에서 보인 탁월한 성과를 이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해 대한항공은 호주 항공·여행 전문매체 에어라인레이팅(AirlineRatings)이 주관하는 ‘2022 에어라인 엑셀런스 어워즈(Airline Excellence Awards)’에서 혁신적인 화물사업 전략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극복 능력을 과시해 ‘올해의 화물 항공사(Cargo Airline of the Year)’에 뽑혔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그해 ‘에어라인 스트레티지 어워즈(Airline Strategy Awards)’ 시상식에서 ‘2022년 올해의 항공화물 리더십(Air Cargo Leadership)’ 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한 때 조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
경영권을 두고 누나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당시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그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보란듯이 코로나19 라는 업계 역대급 위기 속에서 2021년과 202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주변 의심을 내며 한방에 잠재웠다.
그런 가운데 최근 그의 위기대응 능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이하 EU집행위)는 최근 대한항공 측에 ‘경쟁 제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예비조사 결과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SO, 중간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설(說)까지 나돌았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추가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심사 기간을 연장해 우려를 가중시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 탄생과 함께 국내 항공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는 매우 중요한 기회여서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역시 합병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100%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꼭 성사시킬 것”이라며 “(성사를 위해서는 생각한 것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합병이 여전히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으며 그들[경쟁당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앞으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양사 합병 결과는 조 회장 입지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그의 리더십이 위기에 의문을 낳는 기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해나가는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인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실적 성장은 특수한 대외환경 영향이 컸다”며 “양사 합병은 대한항공은 물론 국내 항공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인 동시에 조 회장이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