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유럽연합(EU)이 오는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실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민간회사의 ‘탄소배출권’ 인증 시장 신뢰도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지황 하나은행 ESG기획부 팀장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EU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금융업계 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03’ 종합토론 패널로 참여해 이 같이 말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으로 철강·알루미늄·비료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 기준을 넘어서면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EU를 주요한 파트너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대해 마 팀장은 “기후 변화는 화석 연료나 탄소 배출로 일어났다는 얘기가 정설”이라며 “앞으로 화석 연료 기반의 사회에서 탈(脫)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금융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국경세가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 “현재의 기후 변화 위기를 생각을 해보면 EU 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도 탄소국경세 같은 걸 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 위기에 지금도 늦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책의 변화를 통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책을 비판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라 조금 더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 팀장은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인증’에 대한 공감대·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신뢰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인증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규제적과 자발적으로 나뉜다. 규제적 시장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0%가량만 거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완 성격으로 자발적 시장이 등장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비의무 대상 기업이나 공공기관, 비영리조직(NGO) 등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을 거래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 탄소 크레딧은 공신력을 가진 비정부 기관에서 추적·검증하고 발행하는데, 국가별로 기준이 달라 신뢰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마 팀장은 “규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국가별로 분리돼 있지만, 자발적 시장은 글로벌이 ‘원 마켓(One Market)’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인증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그룹의 관계사인 하나증권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방글라데시의 태양광 정수 사업으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해 제3의 인증기관에서 탄소 크레딧을 인증 받고 탄소배출권 시장에 나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 공감대와 신뢰성 있는 경제단체 등의 인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