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력 긴축 바람…SG발 사태에 하반기 '줄이고 더 줄이나'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6.01 08:20 ㅣ 수정 : 2023.07.20 05:42

올 1분기,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감소세…계약직 100명 당 41.9명 수준
증권사 전반 인력 긴축 중… '다올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대표적 사례
증권사들 상반기 공채 좁운문...하반기도 줄 전망, SG발 주가폭락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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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하반기 공개채용에 나섰지만 채용문은 좁아졌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업계가 하반기 공개채용에 나섰지만 채용문은 오히려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비대면·디지털화로 거점 점포수를 줄이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해당 인력과 부서를 줄이고 있어서다.  이에 대졸 구직자들의 증권가 취업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부진했던 증시 탓에 증권사들의 채용 방식은 과거와 다른 변화가 감지됐다. 공개 채용보단 곧바로 필요한 인력이 투입될 수 있는 수시 경력직 채용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 올 1분기, 증권사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감소…계약직 100명 당 41.9명 수준

 

일단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증시가 개선되면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직원수가 줄어들었다. 다만 주요 증권사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 편차는 크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정규직 직원은 2만6549명이고, 계약직 직원은 1만1128명이다. 정규직 직원을 100명이라고 봤을 때 계약직 직원은 41.9명 수준이다. 

 

이는 직전 분기말(2022년 4분기) 정규직 2만6718명과 비정규직 1만1424명으로 집계됐던 것에 비하면 정규직 대비 계약직 직원의 비율(42.8)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증권사들이 계약직 직원을 늘렸으나, 올 들어 증시가 회복되면서 계약직원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 증권사 전반 인력 긴축'다올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대표적

 

증권사들은 전반적으로 인력 긴축에 나섰다. 증권사가 취급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관련 부서를 없애는 조치까지 단행되면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3만9119명으로, 지난해 말(3만9634명) 대비 515명이 빠졌다. 

 

대표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이 전체 직원의 약 30%에 이르는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 말 다올투자증권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의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정규직은 지난해 말 210명에서 올해 1분기말 기준 166명으로, 직전분기보다 44명(20.95%) 줄어들었다. 전체 직원수로는 같은 기간 502명에서 352명(정규직 166명·기간제 186명)이 됐다. 

 

실제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 인력은 상당수 회사를 떠났으며, 최근에도 150명가량 직원이 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그간 다올투자증권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 PF 핵심 인력들은 경쟁사인 메리츠증권 등으로 대거 이직했다. 그룹 차원의 유동성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지난 1월과 2월에는 다올신용정보, 다올인베스트먼트 자회사를 잇따라 매각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영업직에서 대규모 인력이 빠져나갔다. 하이투자증권의 영업 부문 정직원은 지난해말 323명에서 올해 3월말 287명으로 36명(11.15%)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희망퇴직 여파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침체로 주력사업인 투자은행(IB) 부문 이익창출이 어려워지고, 우발부채(신용공여) 형태로 취급한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이 지연되는 등 리스크가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창구발 주가폭락 사태에서 차액결제거래(CFD)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해당 증권사들은 CFD 사업부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올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등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면, 반대로 인력을 늘린 곳도 있다. 올 초 메리츠증권은 다올투자증권에서 계약 만료된 부동산 PF 인력 25명을 영입해 'IB 사업 3본부'를 신설했다. 또 1분기 중 15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의 대부분(95%)을 선순위 대출로 구성하고 있다. 선순위는 후순위보다 수익률은 적지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상환이 가능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PF 인력을 채운 것은 리스크 관리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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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직원 채용 방식이 신입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옮겨가면서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채용문이 좁아졌다. [이미지=freepik]

 

■ 증권사들 상반기 공채 좁은문, 하반기도 줄어들 전망

 

증권사들의 올 상반기 채용문이 열렀으나, 채용 규모는 축소됐다.

 

하지만 업계는 인재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공개든 수시든 채용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토스증권은 이달 11일까지 전 직군인 개발·디자인·컴플라이언스·전략기획·홍보·재무 등 부문에서 약 50명 수준에서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KB증권은 지난달 대졸 신입사원 공채 원서접수를 마쳤다. 이번 채용은 IB·디지털·정보통신(IT)·프라이빗뱅커(PB)·S&T(Sales & Trading, 국내외 유가증권 등 영업·운용) 부문이며 예상 채용 인원은 40명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현재 신입사원 채용이 진행 중이며 채용분야는 리테일·IB·리서치·S&T·홀세일·IT·경영지원 등 총 두 자릿수가 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으로, 예년과 같이 두 자릿수의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외 대학생 인턴과 전역장교 대상 채용 등 다양한 전형을 통해서도 선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예정된 상반기 공채 대신 하반기 대졸자 공채로 진행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올 상반기 내 정규직 직원 7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20∼30명 키움금융센터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IB·IT·리서치·디지털·본사지원 등 신입공채를 진행했으며, 채용규모는 총 15명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연초 채용 계획보다 인원을 축소하거나, 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있어 신입 공채 인원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다만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만 인재를 선발하는 증권사도 있어 계획상 인원은 채워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총 950여명의 정규직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계약직원은 개인의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돼 고액 보수를 받을 수 있어 직원들이 오히려 계약직 전환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며 "은행, 증권사 할 것 없이 지점수를 점점 줄이는 데다, 그나마 토큰 증권 등으로 IT 인력만 뽑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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