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4.28 08:23 ㅣ 수정 : 2023.04.28 08:23
무더기 하한가 사태, 과도한 빚투에...신용거래융자잔고만 20조원 키움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빚투 통제 당국, 관련 조사 등 긴급 점검... 금감원 28일 증권사 CEO들 소집해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벌어진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무늬만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해 증권사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리스크(위험) 관리에 나선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절반가량이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인 만큼, 과도한 빚투로 신용거래융자잔고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에 따른 폭락으로 추정되는 종목들과,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대해 빚투 조절에 나섰다.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무더기 하한가로 주가가 폭락하자, 증권가에 충격을 안긴 8개 종목을 대다수 증권사가 대출 불가 종목으로 속속 분류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5일부터 대성홀딩스·선광·삼천리·서울가스·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을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가능 종목에서 제외했다. 위탁증거금률도 100%로 상향했다.
KB증권도 다올투자증권·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세방·하림지주·선광·다우데이타 등 9개 종목을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시키며, 신용대출 증거금률도 100%로 올려놨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5일부터 서울가스·삼천리·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하림지주·우리넷·뉴로메카 등 7개 종목에 대한 증거금률을 기존 3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또 종목군을 기존 B(서울가스·삼천리·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와 C(하림지주)를 F로 조정했다. 위탁증거금이 100%이거나 F군에 속하는 종목은 신규융자와 만기연장 등이 제한된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선광을 제외한 다올투자증권·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세방·하림지주·다우데이타 등 7개 종목에 대해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증거금률도 100%로 조정했다.
삼성증권 측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일부 종목들을 선별한 뒤 신용대출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예 CFD 신규 매매를 중단한다. 최근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요인으로 지목된 CFD의 거래를 중단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막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조치의 일환이다.
이 외에도 다수 증권사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등을 빚투 불가 종목으로 분류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시장에서 반대매매가 대량으로 일어난 여파 등으로 투자자 보호와 원활한 매매거래를 위해 속속 동참하는 분위기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움직이겠다는 증권사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빚투 통제를 위해 2차전지 등 특정 종목들에 대해서도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엘앤에프·포스코DX·포스코스틸리온·나노신소재·알엔투테크놀로지 등 7개 종목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에 포함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변경했다.
NH투자증권은 애경케미칼 종목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했고, 증거금률도 100%로 올렸다. 금양·애경케미칼은 2차전지주 열풍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KB증권은 금양에 대해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하고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했다. 이들 종목의 증거금률이 기존 30∼40%에서 100%로 조정되면서 차입을 통한 종목 매수가 어려워질 예정이다.
빚투가 늘면 주가 급락의 우려도 커진다. 빚투가 많은 종목은 주가 급락 시 반매매매로 추가 급락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2차전지 등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개인 순매수 금액 중 3분의 2가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쏠렸다. 2차전지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인다면 시장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에 대한 시장경보 조치도 늘었다. 올해 투자위험 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모두 4건(3종목)으로 자이글과 알에프세미, 이브이첨단소재 등은 모두 2차전지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20조4319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신용융자 잔고는 10조4744억원이며, 지난해 말(7조7609억원)보다 약 3조원이 불어났다. 이는 올해 개인투자자 코스닥 순매수 규모의 43%에 해당된다.
금융당국도 관련 조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모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시장 불안 요소들에 관해 의견을 듣고 긴급 점검에 들어간다.
금감원 측에선 함용일 부원장을 비롯해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자본시장감독국장·금융투자검사국장 등이, 업계에선 서유석 금투협회장과 국내 34개 증권사 CEO 또는 고위 임원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는 참석하지 않는다.
이번 간담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2차전지 등 신사업 테마주를 중심으로 한 신용거래 급증 등도 함께 논의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은 사업이나 실적과 관련이 없는데도 이차전지를 신규 사업에 추가하며 주가를 띄운 '무늬만 2차전지주'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집중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