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몇몇 증권사들이 본사 이전을 통해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주로 여의도 안에서 자리를 옮기지만, 과거 금융회사 중심지였던 을지로에서 여의도권으로 넘어오는 곳도 있어 주목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건물 임대기간 만료 등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키움증권은 사옥 재건축으로 본사를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여의도역 1번출구 앞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 서울회관 빌딩으로의 입주를 최종 결정했다.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여의도 사옥을 매각한 뒤 재임대해 입주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임차해 사용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건물은 1995년 5월 준공돼 노후화된 데다가, 지난해 7월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이 ‘신한투자증권역’ 역명에 최종 낙찰된 점이 최종 결정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준공을 앞둔 사학연금 서울회관은 지하 6층 지상 42층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서울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빌딩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입주를 노린 기업들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리츠 '코크렙티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사학연금 회관 준공 후 임대유치와 운영 및 자산관리업무 전반을 관리하기로 했다. 리츠 위탁기간은 총 10년으로 최초 5년은 건설, 나머지 5년은 임대운영 기간이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사학연금 회관은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며 “현재까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임차의향서를 제출했고, 어느 정도 면적을 배분받을지 등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증권가는 대형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넓은 면적인 최대 10층가량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사용할 면적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고층으로 해서 정해질 가능성이 있고, 본사 이전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학연금 TP 타워로 본사를 옮기는 증권사는 또 있다. 키움증권도 내년 하반기 사학연금 서울회관 빌딩에 둥지를 튼다. 신한투자증권과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셈이다.
현재 키움증권 여의도 사옥인 키움파이낸스스퀘어는 지하 2층, 지상 14층 규모로 재건축을 결정한 상태다. 키움증권이 총 7개층을 사용하고 있고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자산운용, 다우기술 등 계열사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키움증권은 2018년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9.9%를 양수한 뒤,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11.58%를 보유하면서 주요주주가 됐다.
키움증권 측은 통화에서 “내년 하반기 쯤 사학연금회관으로 본사를 옮기는 게 맞다”며 “42층 중 9개층을 사용할 예정이고 키움자산운용도 함께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도 20년만에 을지로에서 여의도로 돌아온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3월~4월 중 여의도 앵커원 빌딩(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으로 사옥을 옮긴다.
2004년에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유안타증권 빌딩으로 옮겨 현재까지 임대차 중이며, 임대차 계약이 2024년 4월에 끝난다. 지난해 4월 캡스톤자산운용이 해당 건물의 새로운 소유주가 되며 재건축 계획을 내놓자 유안타증권은 본사 이전을 고민해 왔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내년 4월 쯤 여의도 앵커원 빌딩으로 본사 이전이 정해졌다”며 “캡스톤이 현재 건물뿐만 아니라 일대를 개발하기 때문에 입주할 곳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앵커원 빌딩은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건물을 짓고 있다. 연면적 약 5만7716㎡ 규모의 앵커원 빌딩은 최고층 49층으로, 오피스동은 지상 3~32층이다. 앵커원 빌딩은 옛 MBC 부지며 여의도 오피스 권역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로 지난해부터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확장세가 둔화하거나, 부실 임차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여의도(YBD) 권역의 공실 리스크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