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12개월 연속 인플레 둔화와 10연속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마냥 행복하지 않은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5.16 18:58 ㅣ 수정 : 2023.05.18 08:18
작년 9월 기록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 9% 상승이후 12개월 연속 미국 인플레 둔화 조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 "연준의 10연속 금리인상 조치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며 금리인상 중단 예상에도 연준 인사들은 "금리인상 가능성 여전히 존재" 반박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작년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9%로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인 42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을 덮쳤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은 곧바로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10연속 금리를 인상하는 초강수를 이어왔다.
42년만에 9% 상승률을 보인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2개월 연속해서 인플레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4.9%가 올라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확실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가 주춤해지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자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길고 고통스러웠던 연준의 금리인상 행진은 드디어 끝에 다다른 것일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렇지 않다”고 시장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에 거듭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종착점에 다다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12개월 연속 인플레가 둔화된 적이 과거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 시장참여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인플레가 위협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이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에 연준이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이와 관련,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며 올해 주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존스는 소비자물가지수가 1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가장 최근엔 전년 동기 대비 4%대까지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이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금리 인상이 끝난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존스는 현재 상황이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06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자 뉴욕증시는 거의 1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뉴욕증시는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적어도 금리인상 중단이 주식시장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사례와 존스의 주장을 종합하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경우 주식시장은 예상밖의 랠리를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이 예상이 맞으려면 연준이 확실하게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시그널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오히려 “금리 인상은 끝나지 않았으며, 올해 금리를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분간 금리인하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파월은 특히 ‘이번이 마지막 인상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고,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연준이 수차례 공언한 인플레 목표 수준은 2%로, 4%대 후반인 지금과는 여전히 큰 괴리는 나타내고 있다. 설령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서 금리를 동결한다면 인플레 위협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연준이 향후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더라도 금리인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시장은 휘발성 강한 불안요소를 여전히 안게되는 셈이며, 주가상승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리인상 중단을 겨냥한 공격 앞으로가 아니라, 수익률 관리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투자가 더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