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이어 PPI도 괜찮은데 중소은행 공포, 부채한도 갈등에 뉴욕증시 시름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예상치를 밑돌았음에도 중소은행 변동성이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개장초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약세로 출발했다. 나스닥지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투자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개장 전 발표된 미국 4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달보다 0.2% 올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을 밑도는 것이다. 비계절 조정 기준 4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 올라 역시 시장의 예상치인 2.4%를 밑돌았다.
앞서 4월 CPI 또한 시장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점은 시장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혼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의 유동성 확대 및 저금리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혔으나 지금은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유가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0연속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켰던 요인들이 대체로 약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과열양상을 보였던 미국 노동시장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30일~5월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6만4000건으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미국인 수가 크게 늘었다. 이는 전주보다 2만2000건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1만 건으로 1만2000건이나 늘어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연준의 10연속 금리인상 여파로 빅테크를 비롯해 월가의 금융회사, 대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대량해고를 단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둔화와 노동시장 과열 등이 해소되고 있음에도 뉴욕증시가 좀처럼 투자심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소은행을 둘러싼 변동성이 여전히 위험하다는 시그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팩웨스트 뱅코프는 이날 장중 34% 떨어진 4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낙폭을 줄여 4.5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팩웨스트는 지난 4일 50.62% 폭락했다가 바로 다음날 81.7% 오르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팩웨스트는 이날 공시를 통해 5월 첫째 주에 예금이 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은행은 필요시 즉각 동원가능한 유동성이 15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웨스턴얼라이언스와 자이언스 등 다른 지역 은행주들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6월초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앞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디폴트 위협만으로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공화당의 협조를 촉구했지만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1년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을 보였을 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켰고, 그 결과 하루 만에 주가지수가 5% 이상 급락한 바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해 할수록 투자자들의 공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