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절차 들어간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풋옵션 투자자도 당했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1분기 실적발표 직후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결국 매각절차에 들어가면서 대박을 기대했던 풋옵션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주식거래가 정지될 경우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24일 장 마감직후 1분기 실적발표과 함께 은행예금이 1000억달러 가량 이탈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연이틀 급락한 후 27일 잠깐 반등했지만 파산설이 나돌았던 28일 정규장에서 43% 떨어졌으며 장마감후에도 추가로 33% 떨어져 주가는 2.32달러에 최종 거래됐다.
주말에 나온 소식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관리체제에 들어갔으며 매각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JP모건, PNC파이낸셜,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수자가 확정될 경우 즉각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관련은행들은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매각은 1분기 실적발표가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3월 유동성위기가 불거졌을 때 JP모건 등 대형은행들이 이 은행을 돕기 위해 300억달러에 달하는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급한 불을 껐나 싶었는데, 1분기 실적발표 때 빠져나간 예금이 100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드러나 불안감이 증폭됐다. 긴급자금 300억달러가 적은 돈은 아닌데도, 자금이탈 규모와 속도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 은행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급기야 4월 마지막 장인 28일 파산설이 광범위하게 퍼졌고, 투자자들은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시장에 내던지는 패닉셀 현상을 보였다. 그리고 장 마감직후 나온 소식은 시장이 우려했던 ‘매각절차’ 돌입이었다.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 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뉴욕 시그너처 은행과 마찬가지로 파산에 들어가게 된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유동성 위기가 재차 불거진 이후 풋옵션 투자자들의 좋은 먹이감으로 떠올랐다. 풋옵션은 주식 시장에서 사용되는 파생상품 중 하나로, 투자자가 특정 종목의 가격이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베팅을 할 때 사용되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는 경우에 풋옵션을 매입하여 주식 가격이 내려갈 때 수익을 얻는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최근 수 일간 주가가 16달러에서 2달러대까지 급락하면서 풋옵션 투자자들은 대박을 기대했지만 매각절차 돌입이란 중대변수가 발생하면서 자칫 대박의 꿈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에 놓이게 됐다.
매각절차에 들어가면 FDIC가 은행에 대해 관리경영(receivership)에 돌입하는데, 이 경우 주식거래가 정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주식거래가 정지되면 브로커사가 주식 판매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때도 풋옵션 투자자들은 주식거래 정지로 인해 상당기간 이익을 실현할 길이 아예 봉쇄된 적이 있다.
주식거래 정지 기간이 계속될 경우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만기를 맞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옵션 거래량은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28일 폭발적으로 늘어나 87만2000 계약이 체결됐는데, 풋옵션과 콜옵션 거래 비중은 2.1대 1로, 풋옵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옵션계약 거래금액만 수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옵션 투자자들은 거래정지가 풀릴 때까지 자금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대박은커녕 상당기간 자금이 묶여 기회비용까지 날리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