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무산 '법인지급결제' 허용 움직임...증권사 몸집 키우나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3.24 07:29 ㅣ 수정 : 2023.03.24 07:29

은행 고유 업무 법인지급결제 허용...공과금 납부, 월급 통장 활용 가능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규약 법인 이용 금지...은행권 반발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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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법인결제 업무 허용 방안이 본격 논의됐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관심이 주목된다. 

 

이번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두고 수차례 벽을 넘지 못했던 증권사들은 당국 입장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부도 업권을 넘나드는 규제를 풀어 금산분리에 얽매이지 않고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방안 중 하나로 증권사의 법인결제 업무 허용 방안이 본격 논의됐다.

 

현행 금융결제원 규약을 개정해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은행 고유 업무 분유를 제2금융권에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규칙상 증권사는 법인 자금을 지급, 결제할 수 없다. 쉽게 말해 기업이 증권사 계좌를 은행 계좌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가 없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기업이 증권사 계좌를 통해 제품 판매대금은 물론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어음 교환 등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기업이 증권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체할 때마다, 지급결제 대행 은행에 수수료를 물어왔고 이러한 비용을 줄일 수가 있게 된다. 

 

기업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직원에게 급여를 송금하는 계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직원의 경우 은행이 아닌, 증권사 계좌로 월급을 받는 길이 생긴다. 

 

증권사는 법인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급여통장 확보 등을 통해 몸집을 늘릴 수 있다. 법인 고객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어 기업금융(IB)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 법인지급결제 허용 이슈가 나왔을 때보다 현재 증권사 파이가 매우 커졌다”며 “만약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확대될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법인지급결제 허용이 늦은 감이 있지만 증권사들은 당연히 환경할 만한 이슈다”며 “분담금을 적게 내는 것도 아니고 또 이 업계 시장이 커졌는데 허용돼야 하고 그래야 IB 등 법인 사업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업계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금융결제원의 규약에서 증권사는 법인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정했다. 법인은 은행의 가상계좌를 반드시 거쳐야만 이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2009년 6월부터는 증권사도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은행권의 반발로 틀어졌다. 당시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지급준비금이 없고, 금산분리에 어긋나는 점 등을 규제 이유로 들었다. 결국 증권사의 경우 개인만 지급결제를 허용하고 법인은 금지됐다. 

 

이후 증권사들은 지속적으로 지급결제가 범용적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제한 없는 업무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금융결제원에 4000억원의 지급결제망 진입비용까지 냈지만, 15년간 반쪽짜리 지급결제만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자본시장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로도 고객들이 이동하면서 윈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은행이든 증권사든 업을 하는데 있어 고객의 효용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며 "다만 정책에 있어서 고객에 포커싱을 맞춰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보다 장단점을 잘 분석한 뒤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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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법인지급결제를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증권사들은 지급결제의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미지=freepik]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법인지급결제를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증권사들은 지급결제의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7월 여당 정책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법인지급결제 허가를 요청했고, 최근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투자협회에서 14개 증권사 CEO와 간담회를 열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하나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교보증권·하이투자증권·신영증권·BN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14개 증권사 CEO가 참석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그동안 분담금을 4000억원 가까이 내고 있는 상황인데 지급결제를 개인만 허용하고 법인만 허용이 안 되고 있다"며 "은행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형 증권사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에서도 금융업권에 상관없이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되고 있는 만큼, 당국도 은행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보험사·카드사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산분리에 얽매이지 않고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며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법인 지급결제 허용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한은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금융당국이 논의하고 있는 법인지급결제 허용 여부에 대한 가장 큰 핵심은 일단 업권간 경쟁 촉진"이라고 강조했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지급결제 허용은 금산분리 규제를 손대겠다고 하는 것인 데 오래전 개방하겠다가 관두고 한 일이었는데, 재논의 중이니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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