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증권사들 최대 불안 요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요동칠 기미를 보이자, 이를 인식한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문 건전성 집중 점검에 나서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8.2%로 전년 말(3.7%)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하며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도 지난해 말 기준 20조9000억원에 달했고, 이중 ‘매입확약’이 19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우발채무는 말 그대로 실제 채무가 아니지만 향후 채무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금융권 위기에 뇌관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를 증권업계에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등 14곳 증권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되고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재발하는 등의 잠재 위험 요인에 대비해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비상계획을 탄탄하게 수립하는 등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사채·단기 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PF 대주단 협약을 4월 가동하는 등 선제적 정책 대응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는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이 참석했으며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 16일 금투협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 업계 관계자 약 27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금융투자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이 올해 금융투자 부문에서 부동산 PF 등 잠재 리스크 요인을 조기에 진단하고, 증권사의 건전성 감독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검사 기본방향을 전달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총괄 부원장은 ”증권사 리스크관리 실태 점검 및 고도화된 자산운용 상시감시시스템 등 잠재위험요인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에 한화자산운용과 유안타증권을, 하반기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과 현대차증권에 대해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연간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정기 검사로, 회사경영 실태 전반을 들여다본다.
유안타증권은 과거 2014년 동양증권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뀐 후 처음으로 정기검사 대상이 됐으며, 현대차증권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정기검사를 받는다.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운용은 각각 2011년과 2018년 이후 첫 정기검사다.
금감원은 2020년 7월 시작한 사모운용사 전수조사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으로, 이달 중 안다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21일까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하고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대부분 투자가 부동산·인프라에 집중된 대체투자 운용사다.
업계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중 대다수가 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당국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도 증권사 PF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리스크 담당자들은 금감원의 순자산비율(NCR) 세부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이 NCR 산정체계를 재조정하겠다고 하면서, 추가적으로 NCR이 하락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감원은 현행 규제상으로는 브릿지론, 선·후순위 등 대출·보증 형태에 따라 통일적으로 리스크를 반영하는 면도 있는 만큼, 앞으로 사업건별 상황을 반영해 보다 세부적 리스크 규제안을 마련하면 오히려 증권사의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