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짐싸는 롯데면세점…1위자리 내놓나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DF1·2·5 구역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DF1~4구역은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이, DF5는 신세계,신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복수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면세점은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에 비해 20% 가량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높은 금액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사드 사태로 면세점 수요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과도한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로 면세업계가 다시 한번 직격타를 맞은 만큼, 이번 입찰에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롯데면세점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적정선에서 입찰가를 산정했다"며 "다른 기업은 경쟁사를 의식해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금액차가 크게 벌어졌고, 전략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22년만에 인천국제공항에서 문을 닫게 되면서, 업계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에 따라 롯데면세점이 '국내 1위' 타이틀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한편, 내부적으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 순위는 1위 롯데면세점을 시작으로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순이다.
국내 2위 신라면세점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인천공항에서 면세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천공항 이용객 수도 증가하고 있어,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는 신라, 신세계와 달리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며 경쟁에서 탈락했다"며 "공항점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면세점 업계 순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천공항은 글로벌 5위 공항(2019년 여객수 기준)인 만큼, 면세 운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최종 낙찰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업체 순위가 재편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 비중 10%가 그렇게 높진 않다"며 "최근 시장 트렌드가 공항 면세점보다 시내·온라인 면세점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에 맞춰 계획을 세운다면, 큰 타격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임대료, 투자비 등 비용을 시내·온라인 면세점 마케팅에 투자하면, 인천국제공항 매출은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해외 사업도 주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고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올해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사업은 물론 내·외국인 고객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에도 본격 속도를 낸다.
그 하나로 6월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패밀리 콘서트를 연다. 또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超)개인화 마케팅 시스템 'MAS'를 구축했다.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이벤트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
또 롯데면세점은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해외 6개국에 13곳 사업장을 두고 있다. 롯데는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를 넘어 괌, 호주에 이르기까지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소위 'LDF 벨트(Lotte Duty Free Belt)'를 확장해 매출 1조원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 결과가 면세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항 면세점은 매출 뿐만 아니라 홍보 차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며 "인천공항 미운영으로 인한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