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NH선물 직원들이 7조원대 불법 외환송금 거래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또다시 금융투자사들의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기 세력이 국내에서 7조원대 불법 외환 거래하도록 뒤를 봐주고 억대 금품을 받았는데, NH선물 한 팀 전원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담당 직원들이 금품 수수 대가로 매우 이례적인 규모로 외환거래가 이뤄졌는데 회사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 외환거래 관련 비은행권 최초로 이뤄진 NH선물에 대한 수사에서 직원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외환관리 사각지대를 확인했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최근 라임사태 재판부도 증권사로 갖춰야 할 내부통제 기능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임직원에 대한 상당한 감독·주의를 다 하지 못해서 긴 기간 동안 위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투자계의 내부통제 부실이 궁극적으로 가져오는 문제점은 회사와 투자자 간 갈등을 만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업계는 이번 NH선물 사건은 팀장을 포함한 팀원 전체가 업무관련자로부터 수천만원의 명품 등을 수수하고 고가 와인 등의 접대를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팀원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이번 NH선물 사건은 내부통제가 전혀 안 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더구나 장기간 팀 전체가 공조했다는 것은 업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DLF 손실 사태나 임직원 횡령, 위법 투자와 같은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지는지, 책임소재를 어떻게 구분하고 판단할지 등을 명확히 한 뒤, 각 회사가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갖추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국회 역시 증권사 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지배구조법’ 내 내부통제를 위한 기준안을 마련했으며, 모든 증권사가 이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각 조직의 특성이 달라서 내부통제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실효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도 금융권의 책임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주요 정책 사항으로 정하기도 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직원 교육 부재나 내부통제 부재로 볼 수 있다“며 ”회사는 뭔가 억울할 수 있겠지만 명확한 기준으로 권한과 책임구조에 대한 제시 및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지난 2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NH선물 팀장 A(42)씨를 구속기소하고 차장 B(39)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A팀장과 B차장, C(38)차장, D(40)차장, E(30)대리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외국기관 등을 상대로 국내 파생상품에 대한 마케팅 및 중개 업무 등을 수행하는 NH선물 소속 같은 팀 직원들이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C씨와 그의 한국인 직원 등 2명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 조치하고, C씨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202년 8월까지 해외에서 사들인 7조 원대의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로 들여와 팔아치웠다. 파생상품 소요 자금인 것처럼 꾸며 자금확인서를 첨부해 송금신청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은행을 속여왔다.
이 방법으로 무려 420차례에 걸쳐 5조7845억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데다가, 신고 없이 411회에 걸쳐 1조275억원어치 외환 거래가 용이하도록 한 혐의다.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렸고, 차액으로 거둔 수익만 2500억원에 달한다. 이 외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도록 NH선물 직원들이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이다.
NH선물 측은 이에 대해 ”당시에 이상 거래가 있어 내부적으로는 절차를 다 지키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이나 금융감독원에 계속 통보는 했었다“며 ”현재 재판중인 일이고 사실 직원들이 금품을 받으면서 철투철미하게 했을 텐데, 회사에서 알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