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총 시즌'…여성 사외이사 1명 선임에 '면피성' 지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의 정기주주총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대부분이 이사진 가운데 1명만을 여성으로 선임하고 있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구색을 맞추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와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전체 이사진 50명 가운데 여성은 10명으로 집계됐다.
교보생명은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와 이영주 서울대 인권상담소장 등 2명의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나머지 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한화생명 이인실 전 통계청장 △DB손해보험 문정숙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현대해상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B손보 최정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메리츠화재 김명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경영학과 교수 등 1명만을 여성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삼성화재는 이달 17일 정기주총에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기존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포함해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DB손보는 이달 24일 정기주총을 열고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정은 교수의 자리에 전선애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은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8개 보험사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한 곳은 단 두 곳 뿐이다.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선임해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구색을 갖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ESG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보에 대해 이사회 역량 다양화 및 중대 ESG 리스크 감소에 긍정적이다. 여성 이사 확보가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역량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사회 구성원을 통해 확보된 고유 역량의 수가 많은 기업들의 경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모든 영역에서 중대 리스크를 지닌 비중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보를 법으로 명시한 것은 특정 성별 편중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 역량을 제고하려는 것"이라며 "다수의 보험사가 법의 본래 의도와 다르게 여성 사외이사를 1명만 선임해 '면피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으로 시작된 보험사 정기주총에서는 대표이사 6명이 연임을 하면서 업계 전반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이달 16일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과 박종문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현대해상은 17일 조용일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성재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한화생명은 23일 여승주 대표이사 사장과 김중원 컴플라이언스 실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 변재상‧김재식 사장 역시 27일 정기주총에서 연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