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3.23 07:22 ㅣ 수정 : 2023.03.23 10:55
전년 동기比 소폭 감소…이날 장 마감 후 공시 가능 기업 多 최대 기업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하림지주 등도 지연 "공시 지연은 대체로 '나쁜 소식'"…이전에 관련 소문돌기도 감사 과정 투명 공개 필요…단 과도한 개입 부작용 낳을수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상장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주총 예정일 1주일 전인 감사보고서 제출 기일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혹시라도 감사의견 비적정 등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까 살얼음판의 심정으로 이들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국내 상장(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기업은 전일 기준 40개사로 집계됐다. 각 시장별로 △유가증권 10곳 △코스닥 25곳 △코넥스 5곳 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4개사)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수준이지만 이날 장 마감 후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할 수 있는 기업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3월 23일 하루에만 27개사가 감사보고소 제출 지연을 공시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면 2021년 12월 결산 기준 기록한 감사보고서 지연 건수 71건과 맞먹게 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전일 종가 기준 4조1250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시총이 1조원을 웃도는 한국앤컴퍼니와 코스닥시장의 하림지주 등이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DL은 지난 16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사실을 공시했으나, 하루 지난 이달 17일 제출을 완료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는 보통 외부 감사기간이 대상 기업의 자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기업 재무상 문제가 발견돼 회계법인이 추가 자료를 요청할 때 많이 나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21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에 대해 "2022년 회계연도 감사와 관련해 외부감사인의 감사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현재 감사보고서 제출 및 공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일 제출 지연을 공시한 에이엔피나 인바이오젠 등도 지연 원인으로 감사자료가 미비하거나 제출이 밀렸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기업 40곳 중 약 3분의 1 수준인 13개사는 개별 공시를 통해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5영업일 연장한 내달 7일로 새로 신고했다. 자본시장법 제165조3항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회계감사인과 미리 합의하고 제출기한 만료 7일 전까지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기한 연장 사유를 기재해 신고할 경우 연 1회에 한해 제출기한을 5영업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주총이 오는 24일과 30일, 31일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주총 1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이달 31일의 1주일 전인 이날도 감사보고서 지연 공시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감사보고서 제출을 지연할 경우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한다. 통상 기업이나 회계법인 등 업체들 간의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 감사보고서가 지연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제출 지연 기업 40개사 중 9곳이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환기종목, 투자주의종목 등으로 지정돼 있다.
또 △ITX-AI(2021년 3월 26일, 이하 거래정지 시작 일자) △엔지스테크널러지(2021년 4월 7일) △한송네오텍(2022년 3월 23일) △포인트모바일(2022년 3월 29일) △에스엘바이오닉스(2022년 12월 5일) △광림(2023년 3월 9일) 등 6개 종목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특히 ITX-AI와 엔지스테크널러지, 포인트모바일은 거래정지가 되기 직전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비상장 기업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장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가 하한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에 카나리오바이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은 "일반적으로 좋은 소식은 빨리 내놓는 경향이 있는데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의 경우는 나쁜 소식이라고 봐야 한다"며 "보통 감사보고서가 늦게 나오는 회사 상당수는 이전부터 시장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돌거나 악재가 이미 알려져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고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의견에서 비적정을 받게 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며 거래가 정지되는 제재를 받게 되는데, 정지 이전에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일부러 연기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제출 연기가 실제로 의도적인지 여부는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보고서 공시가 지연되더라도 단순 착오 내지 내용 수정 등을 이유로 대면 실질적인 내용은 파악할 방법이 없어서다.
결국 주주들이 조심해야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경우 이 같은 내부적인 정보를 알아볼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문제가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감사 과정은 회계법인이 진행하는 것인데 해당 감사가 언제 시작했으며 얼마나 진행됐는지 등의 내용을 일반주주들은 알 수가 없다"며 "감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공시 제도를 구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제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며 "여기에 당국이 개입해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는 주주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