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주총 준비 분주···올해 관전 포인트는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04 07:57 ㅣ 수정 : 2023.03.04 07:57

KB·신한·하나·우리금융 이달 말 주총 개최
사외이사 85% 임기 끝··대거 물갈이될 듯
당국도 거수기 이사회 조준 속 관치 논란
목소리 키우는 주주들, 환원 확대 압박해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주총) 준비에 분주하다. 영업 보고 및 재무제표 승인 등 주주들을 모아놓고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올해는 최고경영자(CEO) 교체나 사외이사 물갈이,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확대 압력 등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은행권을 덮친 ‘돈 잔치’ 논란 관련 질문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24일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이 잇따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통상 상장사 주총이 몰리는 3월 넷째 주를 ‘슈퍼 주총 데이’라고 부른다. 

 

일단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새 회장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신한금융 회장에는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우리금융 회장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각각 내정된 상태다. 이들은 주총을 거쳐 회장직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28명(85%)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대대적 물갈이도 예고돼 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은 7명 중 6명, 신한금융은 11명 중 10명,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의 임기가 이달 끝난다. 

 

통사 임기가 2년인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1~2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거수기’ 논란에 휩싸인 금융지주 사외이사 체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외이사가 연임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금융지주 이사회 개혁 선봉에 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의 면담을 최소 연 1회 이상 정례화하기로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후 첫 금융지주 이사진 개편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한다는 ‘관치(官治) 정례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바뀔 각 금융지주별 사외이사의 경력이나 성향에 따라 이 같은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는 분위기 속 노조의 이사회 입성 시도도 이어진다. KB금융 노조는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노조추천이사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KB금융 노조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 목적으로 2017년부터 주주 제안 사외이사를 추천해왔지만 매년 무산돼 왔다. 만약 KB금융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입성할 경우 다른 금융지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에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금융지주 주주들 사이에서 ‘배당 확대’ 목소리가 커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달 2022년 실적 발표에서 배당 성향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전개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 영향이다. 기본적으로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증가한 만큼 주주에 돌려주는 배당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4대 금융지주는 역대급 주주 환원 정책 발표로 얼라인파트너스 공세를 잠재웠다. 다만 앞으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주 환원 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시하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자본 확충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선 경영과 관련해 예년 어느 때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금융지주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수익성을 올리고 환원할 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