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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지원법' 기준 발표에 한국 '발칵'한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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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3.03 03:21 ㅣ 수정 : 2023.03.03 03:21

美, '칩스법' 통해 반도체 공급망 주도하고 자국내 생산 확대 추진
한국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에 불리한 조항 담아 '우려'
칩스법, 中반도체 집중 견제...美·中 눈치봐야 하는 한국 '사면초가'
미국, 까다로운 보조금 기준으로 칩스법 '득보다 실' 비판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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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이른바 ‘칩스법’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칩스법 영향권 안에 있는 만큼 그동안 국내에서도 칩스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이 법은 미국 정부가 자국 경제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미국이 제시한 기준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생산국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칩스법에는 중국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견제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 껴 중국 공장 가동을 포기할 수도, 미국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다소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자칫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는 미국 투자를 계획·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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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투데이]

 

■ 신규 투자 기업에 보조금·세액공제 지원 美 ‘칩스법’…속내는 ‘공급망 주도’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신규 투자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칩스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자국 우선주의’ 속내가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0조5000억원)가 포함된 칩스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보조금에 대한 신청 절차와 기준을 전격 공개했다. 

 

상무부가 보조금 신청 기업에 제시한 조건은 △국가안보 지원 △초과이익 환수 △인력양성 △공급과잉 해소 협력 △가드레일(안전장치) 등 6가지다.

 

‘국가안보 지원’ 조항에 따라 미국 첨단무기 개발에 이로운 기업에 보조금을 우선 지급한다.  다만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미국 국방부에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 따라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이 미리 제출한 전망치 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을 내면 미국 정부에게 지원금의 최대 75%를 되돌려 줘야 한다. 

 

‘인력양성’을 위해 보조금 신청 기업은 인력양성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공장 직원과 건설 노동자를 위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반도체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공급 과잉 해소 협력’ 조항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반도체 생산 규모 조정, 보조금 정책 투명성 개선과 조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국가안보 우려의 원천이 되는 특정 국가에 제조 능력을 확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드레일 조항의 구체적 기준은 이달 중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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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 예기치 못한 까다로운 보조금 지급 기준에 한국 기업 '진퇴양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칩스법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테두리에 속해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국 텍사스주(州)에 170억 달러(약 22조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고 현재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 텍사스주에 20년간 약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새롭게 설립하다는 중장기 투자방안을 제출했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부지 물색 등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어 세부 내용은 확정된 바가 없다. 

 

이에 따라 칩스법 보조금 지급 기준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커졌다.

 

이번 보조금 세부 조항 공개보다 앞서 ‘가드레일’ 조항은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대한 반도체 투자나 공장 증설 금지, 첨단 기술 개발 목적의 제휴관계 금지 등을 큰 틀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 중인데 시안 공장이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D램의 50%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처럼 중국발(發) 반도체 물량이 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중국 공장 증축이나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추가 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드레일 조항만으로도 한국 기업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이번에 공개된 보조금 지급 기준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됐다.  

 

최대 논란이 되는 조항은 ‘초과이익 환수’다.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하는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최소화와 생산성 향상, 이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다. 그런데 초과이익 환수가 적용되면 투자 효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국가안보 지원’ 조항에 따라 반도체 시설을 공개하면 사실상 미국이 우리 기업 영업 기밀이나 주요 재무적 조건, 연구개발(R&D) 및 투자비 현황을 꿰뚫게 된다. 이는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한 미국의 꼼수로 무리한 요구라는 원성이 빗발친다.

 

이 밖에 ‘인력양성’ 조항은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책임져야 할 투자를 보조금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에 상당 부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생산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포기할 수도, 업계 불황으로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아 미국 보조금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처지에 있는 셈이다. 

 

설령 미국의 손을 잡더라도 까다로운 보조금 기준으로 지원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 자칫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여론은 칩스법 보조금 기준에 관해 부정적 평가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아직 득과 실 여부를 따지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기준이 발표된 지가 며칠에 불과하고 아직 남아있는 내용도 있다”며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진 사안이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아직 검토 중이기 때문에 기업별로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개된 조건과 기업별로 처해있는 상황 등을 면밀히 비교하고 보조금 지원으로 얻는 게 더 많을지, 잃는 게 많을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는 세부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미국 관계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칩스법 보조금을 받을 의사가 있는 기업은 지원 규모와 조건을 미국 정부와 협상할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고 미 정부와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상무부에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세부 규정 마련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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