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독소조항 담은 미 반도체 보조금 규정, 한국 반도체 산업 흔드나
[기사요약]
미 상무부, 반도체법안에 따른 보조금 관련 규정 발표
초과이익 공유 및 미국 내 첨단반도체 공장 접근 보장 등 독소조항 포함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규제 1년 유예도 10월 종료
일본, 대만과 연합하여 미국을 통한 한국 반도체산업 발목 잡기 추진
업계에만 맡기지 말고 범정부적 외교 총력지원 필요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28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에 따른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CHIPS Incentive Program)의 세부 규정(자금 수혜 공지: Notice of Funding Opportunity(NOFO))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 시 보조금을 받기 위한 요건 및 절차 등을 규정한 것으로서 중국에 상당한 규모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산업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어서 높은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2021)>
• 수익독점 제한 및 첨단기술 정보 접근성 보장 등 중대한 제약 포함
미국의 민주당 및 공화당 양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하여 의회를 통과시킨 반도체법에 의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재건을 위해 반도체 인센티브에 약 390억달러, R&D 및 인력개발에 약 132억달러 및 글로벌 공급망 강화에 5억달러를 포함하여 총 약 527억달러에 달하는 연방 자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조금은 직접 자금 지원, 연방 대출 및 3자 대출에 대한 연방 보증의 형태를 취한다. 자금의 수혜는 관심의향서 제출, 사전 신청(선택 사항), 전체 신청, 실사 및 보조금 준비 및 지급 등의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게 된다.
문제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매우 엄격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초과이익 공유와 첨단 공정에 대한 미 정부당국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등 기업의 사적 이익 보장에 반하는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의 주요 조건>
• 중국 내 생산 비중 높은 우리나라, 큰 타격 우려
더욱이 미국이 이러한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2년 기준 약 40.3%이며 약 20%에 달하는 대홍콩 수출 비중을 합할 경우 60% 수준에 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 D램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시안공장이 자사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공장에서 자사 D램의 약 40%를,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공장에서는 자사 낸드플래시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기업 중국 내 반도체공장 위치 및 생산 비중>
그런데 미국의 대중국 규제 조치가 이들 공장에 대해서 금년 10월까지는 유예되어 있으나 이후 연장 및 해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행히 1~2년의 단기 연장이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약간의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연장되지 않을 경우 향후 기존시설은 물론 미래 첨단기술 관련 투자가 불가능해져서 당해 기업의 생산기반 유지가 불가능해지고 아울러 동반진출한 국내 협력업체들의 폐업 등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 대만과의 적극 협력 바탕으로 일본이 구사하는 대미국 적극 구애, 우리나라만 소외된 형국
특히 최근 일본 및 대만의 움직임을 보면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8월 미국 주도하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Chip4 구상에 대해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절대적 우위는 물론 대만보다는 점유율이 낮지만 파운드리 생산기반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반도체 권토중래를 목표로 중국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을 적극 끌어들여 구마모토에 첨단반도체 공장 설립을 속속 발표하는 것을 포함하여 미국 관련 당국에 대한 적극적 구애 움직임을 볼 때 우리는 왕따를 염려해야 하지 않나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다.
당초 TSMC가 투자하기로 한 구마모토 제1공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22나노 및 28나노급이 주력인 가운데 12나노와 16나노 공정이 추가되어 2024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우리로서는 별로 위협이 되지 않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만 TSMC의 10나노 미만 첨단 공정 중심의 제2공장을 제1공장 인근에 약 9.7조원을 투입하여 유치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하였다.
일본은 비록 그동안 메모리 등 반도체 생산에서는 한국에 뒤쳐졌으나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자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첨단반도체 생산기반의 재구축을 통해 반드시 반도체 권토중래를, 그것도 조속히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이는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를 중심으로 토요타, 소니, NTT, NEC, 덴소는 물론 미쓰비시 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라틴어로 ‘빠르다’는 의미)를 통해 2027년부터 2나노급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생산공정은 없으나 2나노급 첨단기술을 보유한 IBM과의 협력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미국이 대중국 제재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움직임에 대만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일본은 재빨리 편승하여 한국을 소외시키는 듯한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해당 기업은 물론 산자부 및 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총력 체제를 갖춰 대응함으로써 우리 반도체 산업의 향후 생존을 넘어선 발전기반 재구축을 반드시 실현해야만 할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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