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권태욱 기자] "지방의 미분양이 늘어 중견 건설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얼마전 만난 중견건설사 홍보팀장의 말이다. 대부분의 중견사들의 사업지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서울보다는 지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한 달 새 10.6% 가량 늘어난 7만5000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미분양 물량의 84%는 지방에 몰려 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2257가구(16%)에 불과했다. 전북(62.1%), 충북(35.6%), 강원(34.3%), 경북(20.2%) 지역의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문제는 미분양으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을 더욱 부채질하는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할지 우려스럽다. 서울 주택 매매량은 1월 20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3% 감소했지만 월별 거래량은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단 761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였는데, 12월 1001건으로 올라섰고 올해 1월엔 1161건으로 늘었다.
그나마 분양이 되는 서울에 물량이 몰릴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방에서 아파트 공급을 계획했던 중견사들은 분양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방 미분양이 쌓이면서 분양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계속 쌓이면,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분양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아파트를 지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심지어 부도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주택시장의 최대 현안인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다. 주택 미분양 증가 원인을 놓고 건설업계와 정부 간에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공공이 나서서 미분양 주택을 사달라고 하는 반면 정부는 아직 시장에 개입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1월 미분양이 늘어난 지역은 외곽이거나,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았던 곳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분양 리스크가 심각해진 것은 아니고, 지난해 4분기 분양 물량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인 증가 영향도 있다는 게 정부 해석이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가격 조정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면서 결국 분양가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올렸다. 전반적인 건설 원가가 상승한 만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 일정 폭의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그렇다고 주택업계가 요구하는 나랏돈으로 미분양을 사주는 식의 대책은 정부가 앞장서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어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보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방이 무너지고 난 뒤에는 늦는다.
지방에 한해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됐던 양도세 완전면제라는 처방은 물론 지방세인 등록세와 취득세까지도 크게 경감하는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불꺼진 빈 아파트를 곳곳에 내버려 두고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